본문 바로가기

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89 - (네팔) 따또빠니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일행들을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고,
결국 우리는 기다리기를 포기한 채 산 아래 마을로 향했다.


이때부터는 계속해서 내리막 길이라 힘은 안 들었지만,
죄다 돌계단이라 발바닥이 좀 아팠다.

그리고,
아무리 신경을 안쓰려고 해도,
없어져버린 일행들이 계속 눈에 밟혔다.


아마 옆에 있던 누나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겠지만,
굳이 내색해서 무엇하랴.

우리는 그저 다음 목적지인 '따또빠니'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사실 '따또빠니'는 온천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나는 도착전부터 내심 우리나라의 최신식 온천 시설을 기대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왠지 모르게 오늘 저녁엔 내 하반신을 따뜻한 물에 담근 채,
한 손으론 여유롭게 맥주 한병을 쥐고,
귓가에 흐르는 음악에 맞춰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건 단지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져서
지금 내 앞에 놓인 '낡은 철제 다리'도 아무런 문제없이 건널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을 주었다.




사실 이 전에도 다른 다리가 있었지만,
너무 낡아서.. 중간쯤 건너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아 그냥 지나친건데,
불행하게도 이번에 마주한 다리 또한 그리 안전해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다리를 건너야만 따또빠니에 갈 수 있었고,
왠일인지 갑자기 친절해진 누나는,
내게 '사진을 찍어줄테니 먼저 건너가'라고 권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누나의 이유를 알 수 없는 배려속에서,
시험용 생쥐마냥 '안전성 테스트'를 해주며 다리를 건넜다.






다리를 건너자 곧바로 따또빠니 마을이 보였다.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라진 일행들이 따또빠니에 도착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숙소를 잡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 의자에 앉아 봉지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었다.

조용한 식당안에서 라면으로 저녁을 떼우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사라져버린 녀석들이 걱정됐다.


"..온천이나 갈까?"

기분전환 삼아... (사실은 걱정이고 뭐고, 그저 온천이 너무 가고 싶었...)
온천이나 들려보기로 하고, 일단 나 혼자 숙소를 나와 위치가 어딘지 보고 오기로 했다.



사진출처 : http://dilshomefoundation.org/Bandipur%20Article%202.htm

'Hot Spring' 이라고 적힌 푯말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니,
길 아래 쪽에 초등학교 교실만한 야외 욕탕이 보였다.

아래쪽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수증기.

나는 드디어 핫샤워를 할 수 있다는 감격에,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서둘러 시선을 돌려 다른 시설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그게..


전부였다 ^^




하기야, 이 산간 마을에서 뭔가 대단한 걸 바란 내가 스튜피드 보이지.

나는 조금은 실망스런 마음으로,
몸을 숙소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Hey~~~~~!!"


그 순간, 아래쪽 온천탕 안에서 누군가가 큰 소리로 내게 소리쳤는데,

자세히 아래 쪽을 쳐다보니,

낮에 길에서 사라졌던 일행 2명이,
나란히 탕 안에서 몸을 뉘인 채, 지긋이 웃으며 날 쳐다보고 있다.



"헉! 뭐...뭐야??!"

난데없는 녀석들의 등장에,
나는 반가움과 기다림의 분노가 교차되며 단숨에 그 녀석들을 향해 뛰어갔다.



"야!!! 대체 어떻게 된거야?"

전후사정을 들어보니,
그 녀석들은 아무리 가도 우리가 보이지 않자,
우리를 따라잡으려고 거의 뛰다시피 하며 따또빠니까지 왔다고 한다.

알고보니 우리가 Check Point 하러 어떤 건물에 들어갔을 때,
녀석들은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우리를 앞지른 거였고,
그것도 모른 채 우리는 죽어라 기다리고, 이 녀석들은 우리를 따라잡겠다며 죽어라 뛰어간 거였다.


그런데 또 이렇게 우연히 만나다니.. 거참..






어흐, 아무튼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