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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90 - (네팔) 포카라로 귀환하다


따또빠니 온천에서 일행들과 애증의 재회를 마친 후,
간만에 핫샤워도 하고 회포도 풀면서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이제 사실상의 트래킹 일정도 모두 끝난셈이다.


따또빠니에서 포카라로 다시 돌아가려면,
일단 '베니'라는 마을까지 간 다음, 거기서 포카라행 버스를 타야하는데,
여기서 많은 여행자들은 지프차를 빌려타고 '베니'로 이동하곤 한다.




하지만 나와 누나는 '트래킹의 진정한 의미' 를 끝까지 지키자며,

베니까지 걸어가자고 줄곧 주장했는데,



남자일행 2명이 지프차 운전사에게 다가가 몇 마디 얘기를 주고받더니,
 
우리쪽을 쳐다보고 큰 소리로 외쳤다.


"오~ 여기 운전사가 엄청 싸게 태워준다는데?"





Goooooooob Job!



녀석들이 지프차 요금을 획기적으로 깎아오자,

우리는 그저 군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지프차에 탑승했다.





지프차는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상당히 덜컹거렸는데,
이건 흡사 '월미도 디스코팡팡' 을 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카오스같은 상황속에서도,
나와 누나는 가방에서 그동안 먹고 남은 라면을 꺼내 생으로 뿌셔먹기 바빴고,
이 모습을 본 남자일행 2명은 '전쟁이 터져도 라면 뿌셔 먹으며 갈 사람들' 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몇 시간 후 베니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다시 후질근한 버스로 갈아타고 포카라로 향했다.




다시 돌아온 포카라는 여전하다.

호수는 잔잔하고,
거리는 여행객들로 붐빈다.


예전에 머물렀던 숙소에 도착해서 침대위에 짐을 내려놓자,
왠지 수학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는데,
여행이 길어지다보니, 이제는 조금만 익숙해지면 그냥 '집'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어느 순간부터 잊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일과 진로에 관한 걱정, 집안 문제..
마지막으로 떠올렸던 적이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바라나시였던가?
아니, 아그라쯤이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