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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05 - 답사준비


PC방 사용을 마치고,
약속 된 장소에서 얼마간 기다리자, 길 저편으로 누나가 나타났다.

다행히도,
내 우려와는 달리 '금단의 구역'에는 안 들렸던 것 같았는데,
그 대신 누나는 코라에서 만났다는 한 티벳인에 대해 쉴새없이 떠들어댔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살짝 허기가 졌던 나는,

누나 말에 비트를 맞춰가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대체 어디서 저녁을 먹어야, 이 몸쓸 굶주림을 해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누나의 '티벳인과의  만남' 이야기는,
우리가 근처에 있던 허름한 카페로 들어가고 나서도 이어졌는데,


아마 달라이 라마라도 만났다면,
나는 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그 장엄한 스토리를 들어야만 했을게다.




카페에서 주문한 티벳빵과 오믈렛을 먹으며,
우리는 다음엔 뭘 하며 시간을 보낼지에 대해 지극히 쓸모없는 계획들을 세워나갔다.


"트리운드 어때?"

누나는 맥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다는 '트리운드'를 넌지시 말했는데,

그런데 사실 그곳에 대해서는.
일전에 포카라에 있을때 'Mr.유'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당시 미간을 찌푸리며,

"아, 맥간에 '트리운드'라는 곳이 있는데, 그닥 볼거 없어요. 네팔에서 트래킹 했으면 굳이 안가도 되요."

라고 친절하게 부연 설명을 해줬었는데,

그의 말은 언제나 그렇듯이,
듣는 사람의 여행 의욕을 서슴없이 꺾어버리는 묘한 재주가 있었다.




결국 또다시 트래킹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감에,
'트리운드'는 급 포기를 해버렸는데,


그때 마침 내 눈에는 누나가 들고 있던 가이드 북 지도가 들어왔다.

지도 한 쪽 구석에 '달호수 방면' 이라고만 적혀있는 곳이 있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이드북 그 어디에도 이에 대한 추가 언급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어라? 대체 여긴 어디지??

..뭐지? 뭐냔 말이야?


간만에 나는 X파일에 멀더요원 마냥,
뭔가 진실을 파헤칠만한 건덕지를 발견했다며 놀라워했고,

그렇지않아도 '심심함'의 극한을 체험하고 있던 우리는,
다소 섣부른 가설을 내세우면서까지 최대한 그곳에 갈 명분을 만들어댔다.


'그래, 이곳엔 분명 뭔가가 있어...'




우리는 티벳빵을 한입에 털어넣고, 지체없이 그곳으로 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