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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04 - 다같이 돌자 코라 한바퀴


애정어린 응원의 한마디를 방명록에 적고나서,
나는 도망치듯 박물관을 나와 근처 길거리로 향했다.


오늘따라,
날씨도 화창해서인지,
길거리엔 많은 노점상들이 나와서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볶은 땅콩, 묵 그리고 구수한 빵 냄새가 길거리를 가득 메웠다.

그리고 물론 이런상황을 그냥 지나칠리 없던 우리는,

마치 식약청에서 조사라도 나온 사람들처럼,
하나하나 빠짐없이 맛을 본 후에야, 발걸음을 옮겼다.




"좀 걸을까?"

박물과 옆쪽으로는,
'코라'라고 불리우는 산책로가,
달라이 라마의 저택을 중심으로 둥글게 위치하고 있는데,


간식으로 배를 채운 후,
딱히 할 일도 없던 우리는 그 길을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나무 사이로 걸린 가지각색의 깃발들..
그리고 가는 곳곳마다 '옴마니반메훔'이라고 적힌 바위들..

좁은 길을 걸으면서 볼 수 있는 이 풍경은,
왠지 모를 아늑함을 느끼게 해줬는데,


아마 한국에서 이런 데코레이션을 시도했다면,
당장에 누군가에게 산림훼손으로 신고받고,

싸이렌을 울려대는 차량에서 내리는 낯선 남자 2명으로부터,
빛나는 은팔찌를 선물받았을 게다.




어쨌거나,
가뜩이나 불교틱한 기운이 넘쳐나는 이곳에서,

중간 중간 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스님들은,
마치 내가 산 속 암자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내 뒤를 따라 걷던 누나는,
이런 분위기에 뭔가 영감이라도 받은 것처럼,
길 한쪽 구석에서 깃발들을 배경으로,
부자연스러운 웃음을 지어가며 열심히 셀카를 찍기 시작했는데,


아니,
그냥 나보고 찍어달라고 하면 되지 뭘 또....휴

 

"내가 찍어줄까? ㅡ.ㅡ?"



"괜찮아, 넌 아직 셀카의 '묘미'를 몰라 ^_^"




..으응? 뭐?




조금 더 길을 따라 가다보니 작은 사원이 나왔다.
이 사원에도 역시나 원통형의 물체가 나란히 줄지어 있었는데,
길을 가던 사람들은 여지없이 이 통을 찬찬히 돌리면서 간다.

사실 일전에 네팔을 지나면서도,
이 원통형의 물체를 자주 볼 수 있었다.


길바닥에서 주워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이걸 한번 돌리는 것만으로도 경전을 읽는 것과 같다는 심오한 뜻이 존재하는데,

그 의미를 제대로 알리 없던 우리는 그저 'EZ 2 DJ' 나 '비트 매니아' 하듯,
잽싸게 박자에 맞춰 통을 돌려보고 싶을 뿐이었다.


물론,
이런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그런 짓을 했다간,
다음날 지역신문 사회면에 내 사진이 실릴 것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에 몸소 실천할 용기는 없었다.




나는 '셀카의 묘미를 아는 누나'와 함께,
경치 좋은 곳을 찾아 계속해서 길을 걸어갔는데,

그 중에서 사람들의 흔적이 거의 없는 샛길을 발견하곤,
숨겨진 명소라도 찾은 것마냥 기쁜 맘으로 올라가 보았다.


역시나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은 곳에 위치했기 때문인지,
산 아래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전망 자체가 너무 아름답다.


내 안에 흐르는 '찍사' 기질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정신없이 셔터를 눌르면서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저장해 나갔으며.


누나도 역시,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촬영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이러저리 렌즈의 줌, 아웃을 당기며 사진을 찍던 도중,
나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의미심장한 간판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거기에 써있는 영어는 상당히 짧았지만,
해석과 동시에 강렬한 임팩트를 전해주기엔 충분했다.


'Trespassers will be prosecuted'


음.. 어디보자,
'무단침입자는... 고발됩니다.....?'

고발됩니다?..

고발됩니다?..

고발됩니다???


이 주위에서 알짱거리면, 고발 된다고?..


잠시동안 렌즈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골똘히 머리를 굴리던 나는,

그제서야 '우리가 지금 있는 이 곳이 왜이리 한적한지' 에 대한 의문을 풀 수 있었고,
조심스레.. 옆에서 영문도 모르고 셀카를 찍고 있던 누나에게 슬그머니 말을 건넸다.


"아무래도 일단 여기서 내려가는게 좋겠어...."

"지금?"


나는 마음속으로,
"잔말말고 일단 튀자!!!" 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평온한 주변 분위기에 맞춰 최대한 담담하게 대답했다.



"응, 지금 당장 ^_^"




우리는 맥간의 길거리로 돌아와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그 후, 나는 일정 확인을 위해 근처 PC방으로 가려했고,
누나는 해가 지기 전에 다시한번 코라를 돌고 오겠다며, 1~2시간뒤에 정류장 앞에서 만나잔다.


음.. 나몰래 코라에 '짜이'라도 숨겨놨나?


딱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나는,
간만에 PC방에 들려서 mp3를 충천하고, 이메일 확인에만 신경을 썼는데,


마우스를 바삐 움직이던 와중에,
불현듯, 아까 봤던 그 경고 표시판 생각이 났고,

아무것도 모른 채 코라로 컴백한 누나가 뇌리를 스쳤다.





이 누나.. 거기 또 간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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