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30분이 걸려서 도착한 안목역은,
버스의 종점답게 주변이 무척이나 썰렁했다.

이건 무슨 공습 경보라도 발령이 났는지,
인적의 흔적을 찾아볼래야 찾을 수 가 없었는데,

강릉항까지 가는 길을 모르던 나로서는,
그저 버스에서 같이 내린 여학생 2명을 재빠르게 뒤쫓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만요!"




내가 너무 다급하게 뒤를 쫓으며 말을 걸었던지,
처음에는 나를 무슨 영화 '살인의 추억'의 범인쯤으로 여기던 소녀들은,

이내 내 초췌한 몰골을 살짝 훑어보더니,
동정심이라도 생긴건지, 곧이어 내게 강릉 여객터미널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저희도 그 방향으로 가니까 따라오시면 되요~"




아, 바다구나..


아이들을 따라 걷다보니,
잠시후 안목 해수욕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바다 특유의 짭쪼름한 냄새.
해수욕장에서 들리는 왁자껄한 소리들.


오늘 아침까지 집 안에서 뒹굴던 내가,

결국 이곳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금강산도 허세 다음이라고,
나는 감격에 겨워서 드넓은 바닷가를 바라보며 대략 3분간의 허세 타임을 가졌고,
그제서야 울릉도행 배가 떠나버린 사실을 떠올리며 서둘러 여객터미널로 발걸음을 옮겼다.



"앗, 오시긴 오셨네요!"

여객터미널에 들어서서 여직원에게 내 사정을 얘기하자,
여직원은 나를 가지고 동료와 내기라도 했었는지, 흠칫 놀라며 말을 이어갔다.



"울릉도 가는 배가 하루에 한 척 뿐이라서, 오늘은 집에 가셨다가 내일 다시 오세요."



아....네..


근데 저....




집이 서울인데.....요.




서울에서 왔다는 말을 들은 여직원은,
내 배낭 뒤에 달린 텐트를 슬쩍 바라본 후,

이내 아무 말없이 냉장고에서 음료수 하나 꺼내와,
내 손에 꼭 쥐어주며 입을 열었다.


"더운데 고생하세요."




이야, 덕분에 강릉도 구경할 시간이 생겼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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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26 11:22 여행가기/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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