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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7 - 뭄바이 입성


도착했다.
결국...뭄바이에 도착했다.

지도를 쭉 펼쳐놓고 지금까지 온 길을 보니,
이쯤되면 몸이 피곤할만도 한데,
새로운 곳에 도착했다는 생각만으로 힘이 났다.




역 대기실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붐빈다.
뭄바이도 예외는 아니다.

난 도착하자마자 즉흥적으로 다음 목적지를 정했다.


'우다이뿌르..'


사실 그 전까지 특별히 가고 싶은 생각도..
그렇다고 그 곳이 어떤 곳인지도 몰랐다.

그냥. 그 곳을 가보고 싶어졌다.

알아보니 기차로는 '우다이뿌르'행 직행은 없었고,
일단 무조건 '아메다바드' 라는 도시를 거쳐야 했다.

그럼 별수있나.
다음 목적지는 '아메다바드'

망설임없이 아메다바드와 우다이뿌르행 기차표를 동시에 예매했다.




자, 이번 결정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나는 나중에 사람들이 침이 마르도록 추천하는 명소 3곳을 포기하게 된다. -_-

1. 고아

2. 함피

3. 디우



나중에 만난 많은 여행자들은 내게 이렇게 물었다.

"아니, 첸나이로 들어왔으면서 고아랑 함피를 왜 안들리셨어요?"



. . . 휴, 그러게 말입니다.

저처럼 無계획으로 오다보면 이렇게 됩니다.




뭄바이 기차 예매창구에서.
누군가가 나에게 기차예약은 어떻게 하는거냐며 말을 걸었다.


어라?
그런데 가만보니, 한국인이다.


인도에 떨어진 후, 처음으로 만난 한국사람이었다.


오. 신이시여. 저에게도 한국말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신겝니까!

물고기가 물을 만난듯,
오랜만에 입에 쳐져있던 거미줄을 걷어내고, 신나게 한국말을 써보았다.




그러고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찾아서 이곳까지 왔는데,
막상 새로운 장소에서 익숙한 것을 보게되면,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다.




역에서 만난 한국인과 같이 숙소를 잡기로 하고,
타지마할 호텔 주변으로 걸어갔다.

뭄바이 테러가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곳곳에는 폴리스라인이 둘러져있었다.

하지만 주변 분위기는 이 곳에서 테러가 일어났다고는 상상할 수 조자 없이 평온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숙소를 찾으러 가는길에 들린 타지마할 호텔과 게이트 오브 인디아는 내게 큰 감흥을 주진 못했다.

사진으로 볼때는 거대해보이던 건물들이
막상 가보니 예상보다 규모도 작았고, 바다가 보이는 전망도 평범했다.

이쯤에서 다시한번 되뇐다.

"百聞不如一見"




낮에 대충 호텔 주변을 둘러보고,
숙소를 알아보러 돌아다녀보았는데...
한창 성수기일때라 그런지 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뭄바이의 물가는 가히 살인적이다.
물론 첸나이도 만만치 않은 물가를 자랑했지만,
뭄바이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꼴라바 주변 싱글룸 가격이 하룻밤에 무려 350루피.
그렇다고 시설이 좋은 것도 아니다. 욕실도 공동욕실.
(북부 지방에서는 보통 100~150루피면 방을 구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가격이다.)

결국 한참을 헤맨끝에,
울며 겨자먹기로 꼴라바 주변에 숙소를 잡았다.




해가 지면 뭄바이 시장은 더욱 활기가 넘친다.

똑같은 슬리퍼라도 말 하는 거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로 변하는 곳.

정해진 가격이라는 건 애초부터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뭄바이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와 근처 시장을 거닐었다.
그런데 길을 가다 보면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누구나 자신의 얼굴이 사진기에 찍혀지길 원한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LCD를 통해 보여주면,
이러쿵 저러쿵 'Nice'와 'Good'을 연발하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언제쯤이었을까?
나도 사진 하나에 이렇게 기뻐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럴때면 예전에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던 소소한 행복이 조금 그리워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