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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0 - 빈민가에서 길을 잃다


마침 근처에 동물원이 있다길래 겸사겸사 가보기로 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도에 나와있는 지명과 현지인들이 부르는 명칭이 서로 달랐고,
이 주변이 빈민촌이라 마을사람들 대부분이 영어를 못하고 힌디어만 할 줄 안다는 사실이다.




되는데로 길을 물어가면서 가는데
계속되는 매퀘한 냄새와 더러운 오물들은 나를 숨쉬기 힘들게 했다.
냄새가 어찌나 심한지 일부지역을 지날때에는 손으로 입을 가릴 정도였다.




가도가도 끝없는 길.
복잡한 길거리 배경을 뒤로 당기며 걸었다.




인도 전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이곳은 아이들이 참 많다.
여길봐도 꼬마얘들, 저길봐도 꼬마녀석들.
그 만큼 인구증가 속도가 대단하다는 얘기다.
이는 다시말해 대다수 사람들이 출산의 대한 별다른 인식이 없다는 것인데,
실제로 현재 인도의 출산률은 여자 1인당 3명이다.

2005년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쯤에는 중국인구를 추월할 것이라고 하니,
앞으로 인구문제는 인도의 중요한 사회문제가 될 것같다.




길가에 어지럽게 적힌 낙서들.
누가 적었을까.




"헬로~ 마이 프랜드~"

길을 찾으며 한참을 걷고 있는데, 뒤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청년이 갑자기 우리를 불렀다.
다짜고짜 우리에게 길을 안내해 주겠단다.

그런데 우린 왠지 당하는 듯한 느낌에 꺼림찍했고,
그냥 장소가 어딘지만 알려달라고 하고 굳이 안내까지는 필요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냥 '호의' 라며 우릴 끝까지 목적지까지 안내해줬다.

그리고 구경을 잘 할 수 있는 장소까지 알려준다음,
남은 여행 잘하라고 손을 흔들며 왔던 길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 순간 웃을 수 없었다.
오히려 너무나 부끄러웠다. 남의 호의를 의심했던 나를.
그리고, 아직 모르겠다. 호의호객의 차이를...




몇시간을 걸어서 겨우 도착한 동물원은 휴일이라 문이 닫혀 있었다.

"이럴순 읍따~~~~!" ㅠㅠ

철창밖에서라도 동물 구경 좀 해보려고 기웃기웃 거리자,
얄짤없는 경비원은 내게 소용없다며 손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거 사람 참, 냉혹하구만 -_-

결국 난 정말 행운의 사나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왔던 길을 돌아가기로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길도 순탄치 않았고, 결국 길을 잃어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다지 조급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거...
느긋하게 구경하면서 남쪽으로 걷다보면
기차역이 나올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 근본을 알 수 없는 여유로움. 벌써부터 인도식 만만디에 적응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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