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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15 - 아메다바드 방랑기


위성사진으로 본 아메다바드 시내 -_- 내가 미쳤지 새벽에 저기까지...휴


세수도 할겸 기차역 예매소를 들렸다.
아니 정확히는 기차역 예매소에 있는 화장실을 들렸다.
물이 치약 짜놓은듯이 찔끔찔끔 흐르는 화장실에서 얼굴도 씻고, 이빨도 닦고...
낯짝은 이미 철판을 깐지 오래라, 남들이 쳐다봐도 보란듯이 그냥 Cool하게 씼었다.
맘속으로 '그래 난 쿨하니까..'를 연신 중얼거리며 씻고나오는데, 동양여자가 의자에 앉아있는 것을 목격했다.

직감적으로 한국인일거라는 예감이 들었고,
그동안 쌓아두었던 오지랖 스킬을 사용하여 말을 걸어보니 역시나 한국인이었다.
뭄바이에서 아메다바드로 방금전에 도착했다고 하는 두 분...
그러고보니 그 분들의 다음 목적지도 나와 똑같이 '우다이뿌르' 였고..

.....그렇게
그렇게... 나와 일행이 되었다.




일단, 밥을 먹기 위해 움직였는데.. 너무 이른시간이라 문을 연 곳이 없었고.
결국 릭샤를 타고 '꼭 한번 가보라'고 가이드 북에 나와있던 '칼리코 직물 박물관'으로 향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나니 문제가 생겼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그 날이 휴일이어서 모든 공공시설이 휴관이었다.
오늘은 1월 8일. 다름아닌 '이슬람 축제일(?)' 이었다. 나중에 알고보는 인도에서 꽤 큰 휴일축에 속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이제서야 갑자기 뇌리를 스쳐가는 기억이 하나 생각났다.




바로 전날...뭄바이에서 달력보며.. '아, 다음날이 휴일이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랄랄라~~^^............
아무래도 난 '건망증'이라는 지병이 있는 것 같다.

어쨋거나 유적지나 박물관, 사원등이 모두 휴관이니,
오늘 딱 하루만 머무는 아메다바드에서는 더이상 구경하러 갈 곳이 없었다.

아침에 산 바나나로 경비아저씨들을 유혹하며 문을 열어주길 부탁했지만,
역시나 차가운 도시녀석들.. 절대로 빈틈을 보여주질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허망함속에 바나나를 씹어먹으며 멍하니 계속 문앞에서 죽치고 있으니,
우리를 불쌍히 여긴 박물관 책임자가 나와 아메다바드에서 유일하게 문을 열었다는 곳을 소개시켜주었다.

.
.
어쨋든 작전성공. *-_-*




그 분께 소개받고 박물관은 '연 박물관' 이었다.
각양각색의 '연' 들과 역사들이 쭉 나열되어 있었는데........
그런데..

그게 전부다.

아니 어떻게 찾아가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는데,
구경하는데 5분이 채 안걸리나. 일부로 관람할때 걸음속도도 시속 0.2km로 정도로 걸었구만...




터벅터벅 박물관을 나오니, 공원에는 개 한마리와 누더기를 둘러덮은 사람 한명이 사이좋게 누워서 자고 있었다.
새벽부터 도시를 헤집고 다녀서 다크써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나보다 니들 팔자가 좋구나.




마침 근처에 있던 '디자인학교' 도 둘러보고나서,
마땅히 갈 곳도 없었기에 문제의 '이슬람 축제' 하는거나 구경해보기로 했다.
사람들에게 축제하는 곳을 물어보면서 크나큰 다리를 건너가는데,
매연이 어찌나 심한지 눈과 목이 따가웠다.




어딜가나 시장은 항상 활기차다.
그리고 '흥정' 이 가능하다.




거리에는 내가 상상만 할 수 있던 모든 이동수단이 실제로 이용되고 있었다.
낙타, 코끼리, 당나귀, 말.....

0123

장시간을 걸어간 끝에 드디어 이슬람 축제 행렬을 따라잡았다.
마을 청년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쿵짝쿵짝 대는데, 그 뒤를 수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따라간다.
거대한 인파때문에 상당히 정신이 없는데, 까딱하면 길 잃어버리기 쉬운 곳이었다.
그리고 다들 광신도처럼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니 상당히 난감하다.

자기가 묘기를 부릴테니 사진 좀 찍어달라는 사람.
자기가 치던 북을 한번 쳐보라는 사람.

뭐랄까..
뭐라고 표현해야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아주 잠시동안 행렬에 속해서 같이 걸었음에도,
쉴틈없이 들이대는 꼬마녀석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난 육체를 떠나려하는 영혼을 간신히 부여잡고 다른길로 향했다.




우리가 떠났음에도 축제 행렬은 여전히 도시 곳곳을 계속 돌아다녔다.




온 몸이 피곤했다.
릭샤를 탄 채로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은
TV를 통해 봐왔던 인도의 모습과는 달랐다.

수많은 배경들이 내 시야뒤로 사라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잠시 쉴 곳을 찾아 아침에 갔었던 '호수'를 향해 갔다.


 

저녁무렵 다시 찾은 호수.
오늘 하루의 시작을 이곳에서 했고, 하루의 마지막도 이곳에서 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새벽에는 혼자였고, 지금은 3명이라는 거.
그리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며 호수를 걷고 있다는 거.

같은 날, 같은 장소였지만
2번의 방문은 내게 서로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첫번의 느낌이 '낯섦' 이었다면, 두번째 느낌은 '정겨움과 따뜻함' 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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