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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20 - 라낙뿌르로 가는 지옥의 로컬버스

우다이뿌르에서 머무는 것도 이제 딱하루 남았을 무렵.
갑자기 누군가 그랬다. 내일은 '라낙뿌르'를 다녀오자고..

"그거 뭐, 밥 말아먹는거야?"

엉겹결에 간다고는 했는데, 이거 뭐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을 가더라도 뭘 알아야 '그날의 ○○초등학교 교정은 참 아름다웠었지...' 라며 추억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냉큼 친절한 가이드북의 설명을 찾아보니 '자인교 최대의 템플' 이라고 하는데, 사원전체가 대리석과 1,444개의 기둥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 규모로 보나 건축조각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다이뿌르에서 로컬버스를 타고 왕복 6시간을 달려야 한다는 압박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렇듯이 다음날 아침 라낙뿌르행 버스정류장에서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로컬버스답게 역시 좌석은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독수리가 먹이를 찾듯이 의자를 향해 슬라이딩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 버스와 함께할 대장정을 생각하니 약간의 긴장감이 드는 것은 역시 말할 수 없는 비밀. *-_-*

그런 나를 불쌍히 여겼는지 옆자리에 앉은 일행은 지루하면 보라면서 가지고 있던 pmp로 영화를 틀어주었다.
'Day of the Dead'라는 제목의 '좀비'가 나오는 영화라는데, 그리 큰 기대는 하지 말라고 한다.
오오~ 간만의 공포영화. 나라면 감지덕지지요. 예압.

그리고 영화를 한참 보는데...
한 30분은 넘게 본거 같은데...
어떻게 된게 '좀비'는 커녕 사람들도 잘 안나온다.
화면에는 계속 북극곰이 뛰어놀았고..
간간히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떠나는 장면에서는 공포라기보다 오히려 감동적인 느낌이 들었다.

"야... 이거 대체 좀비는 언제 나오는거여 -_-?"

"잉?? 야 지금 니가 보는건 '지구'네.. 잘못 틀었나봐 ㅋㅋㅋㅋㅋㅋㅋ"






46억년 지구가 선사한 충격 반전...


그래... 그랬구나...........휴.
러닝타임 내내 언제쯤 좀비가 파팍! 하고 튀어나올까봐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던 나...
그렇게..그렇게..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보며 라낙뿌르로 향했다.



비포장도로를 3시간동안 달린끝에 도착한 라낙뿌르는 과연 대단했다.
꽤 외진곳에 위치했지만 인도치고는 너무나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일단 그 규모부터가 우리를 압도시켰다. 총 3개의 사원이 있는데 그 중 1개가 제일 크고 웅장하며, 나머지 2개는 그에 비해서는 꽤 작은 편이다.




매우 더웠던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사원 내부는 꽤 시원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벽면과 기둥, 그리고 천장에 빼곡히 새겨진 조각만으로도 충분히 놀랐지만, 무엇보다 사원내부가 이렇게 깨끗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동안 방문했던 사원들은 새똥과 먼지등으로 범벅이 되어있어서, 사원을 나올때면 신었던 양말을 쓰레기통을 향해 레이업 슛을 구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곳은 다른 곳들에 비해 관리가 잘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기둥들로 받쳐진 실내를 걷다보면 자연스레 '경외심'을 느끼게 된다.


중앙에서는 은은한 종소리가 일정하게 울렸고, 사제들의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보면 종교라는 건 참 대단하다. 아니, 무섭다.
(그렇게 느껴지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특히 종교는 가끔씩 사람들로부터 그가 가진 능력 그 이상을 꺼낼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천장도 아주 세밀하게 조각되어 있다.



상쾌한 공기(인도에 와서 무공해 공기를 맡아보는건 이곳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엄청난 사원...

차를 타고 이동한 시간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관람시간이었지만,
라낙뿌르는 그만큼의 시간비용을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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