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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34 - 자이살메르의 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보니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같이 자이살메르에 남게 된 동생 말을 들어보니, 자이살메르 성 안에 좋은 식당이 있단다.

허기진 배도 달랠겸, 물어물어 찾아가 보았는데,
과연 실제로 창가쪽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일품이었다.
(아니, 일품일 것 같았다.)



다만, 문제는 창가쪽 자리가 단 하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고..
그 하나의 자리에는 어느 서양 청년 하나가 떡하니 앉아 있다는 거였다.



다리를 쭉 펴고 앉아 멍하니 창밖으로 야경을 감상하던 그 웨스턴 녀석은..

심지어...
'우리가 먹고 있다보면.... 뭐, 저 청년도 식사가 끝나겠지^^;'
라는 일말의 기대조차 무참히 짖밟아버렸다.


우리가 아무리 시간을 떼우며 처묵처묵을 해가며 눈치를 줘봐도..
그에게 있어 우리의 존재는 마치 공기 중 아산화질소의 함유량과 같아 보였다.


웨스턴 친구에게 동방의 예의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지만,
결국 이내 단념하고시킨 메뉴를 차분히 먹는 수밖에 없었다. (말이 안통해서 아니다. 절대.)



어쨋거나 잠시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순간 나는 움찔하고 말았다.



절대 음식을 먹다가 찍은 사진이 아니다.
동생이 시킨 음식은 무슨 닭고기였는데, 정확히 4조각이 나왔다.
가격도 100루피가 넘어갔던 거 같은데, 양이 상당히 적은게 흠이랄까.

심지어.
이런 상황속에서 자기꺼 한입 먹어보라는 동생의 권유를 나는 차마 받아들일 수 없었다.
4조각 중에 1조각이면... 한입이 아니니까 ㅠ



어쨋거나 ...먹어도 배가 고픈 저녁식사였지만,
이국적인 인테리어의 식당에서 밥을 먹으니 꽤 분위기가 있었다. (하기야 이곳 자체가 이국이지만 ㅡ.ㅡ;)


그렇게 급 식사를 마쳐갈 무렵..
갑자기 한국말이 시끄럽게 들려왔다.

이윽고 차례차례 식당으로 들어서는 한국사람들이 보였다.
대략 15명은 족히 되는 것 같아보였는데
한 손에는 캠코더, 어색한 단체티, 인솔자처럼 보이는 사람도 중간중간 껴있고..
아주그냥 "우리는 한국인 단체여행객입니다. 얏호." 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것 마냥.. 한눈에 봐도 알 수 있었다.


서양인 한명과 우리 둘밖에 없어서 고요했던 음식점은 이내 한국의 호프집 마냥 시끌벅적해졌다.
만약 여행 초반기에 이들을 만났다면 엄청 반가워했을텐데, 지금은 그저 배만 고플 뿐이었다.

그들과 간단히 인사만 해두고, 식당을 나와 다시 씨티뷰 포인트 쪽으로 향했다.




씨티뷰 포인트에서 바라보는 자이살메르는 낮에 봐도 멋지지만,
밤에 봐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

주위에 별다른 언덕이 없어서
끝없이 이어지는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깨알같은 별들이 셀 수 없을 만큼 반짝이고 있었다.

사막사파리 할때는 보이지도 않던 별들이..이제서야 모습을 보여주다니...

가지고 있는 렌즈가 단렌즈밖에 없어서 급한김에 별다른 기대없이 셔터를 눌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들이 어찌나 밝은지 그럭저럭 선명하게 찍혀나왔다.




이게 자이살메르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게 아쉽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몇달간 머물수도 없기에..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어쨋거나,
자이살메르.
상당히 독특한 매력이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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