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30분.
푸쉬카르에 도착했다.
피곤한 몸으로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 건 역시나 게스트하우스 삐끼들.
여느때 같으면 그들의 말장난을 웃으며 받아줄텐데,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불편한 좌석에서 잠기지 않는 창문과 사투를 벌여왔고...
잠도 제대로 못자 비몽사몽인 까닭에... 그저 어서빨리 숙소에 들어가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결국, 수많은 삐끼들 중에 방 2개를 주고, 한명당 100루피만 받겠다고 제시한 녀석을 따라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생각 할 시간도 없이 짐 풀고 세면하고, 잽싸게 잠을 청했다.
.
.
.
.
그리고 눈을 떳을때.
시계는 이미 아침 9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옆방을 보니, 아직 다들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듯 인기척도 없고..
바람이나 쐴겸, 혼자 옥상에나 올라가보기로 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데, 옆 풍경을 보니 숙소 양쪽으로 뾰족한 산봉우리 2개가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한밤중 푸쉬카르에 도착했을때의 첫 느낌은,
깜깜한 어둠속에서 인도인 몇명이 모닥불이나 피워놓고 모여앉은 모습만 본터라..
이런 특이한 산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었다. (사실 보였다한들.. 그걸 보고 뭔가 느낄 여유조차 없었을테지만..)
"Good Morning~"
새벽에 우리를 이 곳으로 데리고 왔던 게스트하우스 삐끼남자가 옥상에서 나를 보자 웃으며 말을 건넸다.
'아니, 이녀석은 잠도 없나!?'
이곳 옥상은 인도의 여느 게스트하우스처럼 레스토랑이 있어서, 간단히 짜이 한잔을 하며 그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그와 얘기를 마친 후에도 여전히 일행들은 자는 것처럼 보였고,
특별히 할 것도 없어서.. 혼자 길거리로 나가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았다.
눈에 보이는 건물들이 아담하고 비좁은 길들이 여러갈래로 나 있는 것이,
마치 예전 80년대 후반 서울의 후미진 골목길 같은 느낌이 들어서 왠지 정겨웠다.
시장은 활기차고,
아이들은 여기저기 뛰어놀고,
길바닥은 쓰레기가 여기저기 널려있고.
이거 참 훈훈하구만.
이런 저런 구경을 하며 길 모퉁이를 돌아나오자...
What the hell...
사람보다 큰 염소가 높은곳(대략 160센티는 되보이는)에 올려둔 과일과 채소를...
앞다리로 여유있게 벽을 짚고서 먹어대고 있었다.
인도인들은 이런것에 익숙하다는 듯, 신경도 안썼지만.. 나는 아마추어처럼 연신 셔터를 눌러제꼈다.
역시 Incredible India.
비좁은 골목길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니,
갑자기 나타나는 작은 호수...
물 위에 비치는 건물의 잔상은 바라보고 있기만해도, 아침 바람처럼 나를 상쾌하게 만들어줬다.
첫날 아침부터 뾰족한 산봉우리와 거대한 염소.. 게다가 아름다운 호수까지.
푸쉬카르... 왠지 이곳에서 무슨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기대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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