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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38 - 미칠듯한 등산


푸쉬카르의 아침.

일명 '롤링난'[각주:1] 을 먹으러 길거리를 어슬렁 거리고 있는데, 길 건너편에서 유별난 색상의 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했다.
척보니 2일전에 '자이살메르'에서 헤어졌던 일행이었는데 고작 2일밖에 안지났는데도 무척이나 반가웠다. 사실 헤어질때푸쉬카르로 떠난다고 해서 내가 이 곳에 오면 언젠가 한번쯤은 마주치겠거니 하고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날줄이야! 역시 세상은 넓지만, 인도는 좁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며 같이 호수를 한바퀴 돌다가,
근처에 위치한 '사비뜨리 사원'을 가자는 얘기가 나왔다. 사원은 마을 바로 옆에 있는 뾰족한 산봉오리 2곳 중 한곳에 위치해 있는데, 해질무렵 일몰을 구경하기엔 명당이란다.

나야 뭐, 애초에 '푸쉬카르'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따라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3시간 후에 내가 땀을 비오듯 흘리며 미칠듯한 등산을 하게 될 것이라곤 상상도 못했다.




일몰을 보기 위해 산으로 가는 입구에서 오후 5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일행들은 30분이 지나서야 산 아래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시작된 사비뜨리로 가는 즐거운 등산..

사람들과
천천히 주변 경치도 둘러보며..

운치도 느끼고, 맑은 공기도 쐬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도 잠기는.. 산행....





...은 개뿔.



산 입구에서 출발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했고..

일몰을 보러 올라가는 건데, 자칫하면 해가 지고나서 도착할 판이었다.



급한마음에 다들 조금씩 발걸음이 빨라지더니,

이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뛰기 시작했다. ㅡ.ㅡ


그리고 계속되는 달리기...
평지 달리기도 어려운데, 산악구보라니...
군대에서도 안하던 산악구보를.. 머나먼 타국에서 하게 될 줄이야.




거친 숨을 내쉬며 앞서가던 서양 여행자 몇 명을 가볍게 제치고나자,
이윽고 사비뜨리 사원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원에 도착한 후에 주위를 둘러보니,
나와 같이 출발했던 일행 3명은 어디있는지 뒤에 보이지도 않았고 ㅡ.ㅡ

그제서야 나도 모르게 일행은 내버려두고 나 혼자 미친듯이 뛰어온 사실을 깨달았다.



실종(?)된 일행들을 기다리는 동안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푸쉬카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마을이 상당히 작다고는 익히 예상했지만, 위에서 직접보니 이건 정말 시골중에 시골이었다.


어쨋거나..
터질듯한 허벅지에,
이미 옷은 땀에 흠뻑 젖었고,
땀도 좀 식힐겸 의자에 앉아 바람을 쑀다.


물론 한발자국 앞은 낭떠러지^^

의자에 앉아 잠시동안 찬 바람을 맞고 있자니,
속속 일행들이 정상에 도착했다.

다들 숨을 헐떡이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것이...
일몰을 보려는 일념하나로 죽어라고 걸어온 것 같았다 -_-;



잠시후, 하늘이 붉게 변하고,
기다리던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우다이뿌르에서 한번, 이 곳에서 한번.
인도 여행을 시작한 후로 두번째 보는 일몰이다.

숨가쁘게 뛰어온 직후에 보는 장면이라 처음과 같은 감흥은 덜했지만,
높은 곳에서 둘러 본 푸쉬카르는 꽤 색다른 느낌이다.

  1. 인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난인데, 안에 채소 향신료 넣고 둘둘말아서 먹는다. 굳이 비슷한 걸 찾자면 KFC에서 파는 '트위스터'.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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