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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41 - 최악의 숙소를 찾아


푸쉬카르를 떠나는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재빨리 씻고 체크아웃을 했다.

다음 목적지는 자이뿌르 정했는데,
같이 떠날 일행들도 만나고 먼저 한국을 들어가는 누나 마중도 할겸,
다른 호텔을 들렸다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푸쉬카르에서 자이뿌르로 한번에 가는 버스는 없었기 때문에,
중간에 아즈메르라는 조금 큰 도시를 거쳐가는 수밖에 없다.

아즈메르를 가는 동안에는 꾸불꾸불한 산길을 반드시 거치게 되는데,
바로 옆 낭떠러지를 요리조리 피해 운전하는 모습은 내게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스릴을 느끼게 한다.

뭐, 그럭저럭 괜찮다.

그게 몇시간 동안 계속 됐다는 점만 빼면 ^-^




자이뿌르까지 버스로 무려 5시간이나 걸린다.

휴,
어쨋거나 도착하자마자 짐부터 내려놓을 숙소부터 찾아보려고 가이드북을 펼쳐들었는데,

아니, 근데 무슨 지도가..
온라인게임 퀘스트 맵도 아니고..
지도만 보고서는 당췌 숙소를 찾아갈 수가 없었다.


그러고보면,
가이드북의 애매한 지도나 현실과 맞지 않는 설명때문에 애를 먹을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간혹 유명한 식당이나 숙소 방명록을 보면,
여행자들이 얼마나 한이 맺혔는지.. 가이드북 저자를 향해 신랄하게 써놓은 욕들을 자주 볼 수있다.

여행하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대다수의 국내 여행자들은 주로 '인도 뷁배'나 '외로운행성' 이라는 가이드북을 사용한다.
실제로 중간에 2가지 책을 직접 보고 다녀본 후 개인적으로 느낀 건,
'둘 다 장단점이 있다.' 라는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아주 진부한 결론이 나왔다.

일단 '인도뷁배'는 지도가 '외로운행성'에 비하면 거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수준이고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들어간 듯한 느낌이지만, 국내에서 만들어서 그런지 그곳에 나온 숙소를 가면 수많은 한국 여행자들을 만날 수 있고 실용적인 Tip이나 사진들은 많은 도움이 된다.

반대로 '외로운행성'의 가장 큰 장점은 지도가 상당히 정확하다는 점이다. 인도 특유의 수많은 골목길들이 빠짐없이 나와있는 것을 보고 소소한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을정도.



어쨋거나 자이뿌르에서 숙소를 잡으려는데 몇 번 허탕을 치고,
가는 날이 장날인지. 당최 방이 남는 곳이 딱 하나 밖에 없었다.
결국 일행중 여자 3명은 한 방에서 묵고, 나는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방을 잡기로 했다.

나만 홀로 방을 찾기 위해,
옆 후미진 골목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니 게스트하우스 건물 하나가 보였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건물 기둥.
프리즌브레이크를 연상시키는 내부 인테리어.
다 벗겨진 건물 페이트칠.

이건 뭐 유령의 집이야. 뭐야.



간단하게 체크인을 하고,
2층에 올라가 방에 들어가려고 열쇠를 끼우려는데,
갑자기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오더니,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나보고 조용히 하라고 한다.

ㅡ_ㅡ?; 응?

나 아무짓도 안했는데..


심지어 옆에 있던 주인 아들로 보이는 꼬마가 있길래, 살짝 미소를 지어줬더니.
아이를 서둘러 데리고 들어가면서 얘하고 말하지 말란다.

ㅡ.ㅡ; 아.

나 이상한 사람 아닌데...


아니, 여기 뭐 예전에 나랑 닮은 한국인이 와서 깽판을 치고 간적이 있나.
오자마자 이런 찬밥신세 받기는 처음이라, 기분이 영~ 좋지 않다.





방에 들어가보니 흰색(엄밀히 말하자면 누런색)의 침대 하나.
그리고 쓰레기장에서 주워왔을 듯한 옷장 하나 뿐이다.
차라리 도미토리에서 머물면 심심하지나 않지. 이건 뭐 독방에 갇힌기분이다. -_-


할일도 없고.
침대에 누워 수첩에 잡다한 글이나 써보기로 했다.

그런데 잠시후,
노크 소리가 들려서 문을 열어보니 주인 아저씨다.

지긋이 날 바라보며
이번에도 입술에 손가락을 대더니 조용히 해달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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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 아무짓도 안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