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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44 - 암베르


혼자 pc방을 찾으러 다니느라 3시간 정도를 허비했지만,
결국 마우스 한번 만져보지 못한채, 독일녀석이 먹은 '라시'만 계산해주고 숙소로 돌아왔다.


터벅터벅 일행들이 있는곳으로 와보니,
뜬금없이 다들 '암베르'에 관한 얘기뿐이다.


암베르?

이번엔 또 뭐지.
음식이름인가, 건물이름인가?
조심스럽게 가이드북을 펼쳐보려는데, 옆에서 자초지종을 설명해줬다.

이야기인즉슨,
어젯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분들이 '암베르'라는 곳을 다녀왔는데, 아주 강 추천을 했다는 후문이다.


내 의향이 어떠하던간에,
이미 일행들의 눈에는 하트가 그려져 있었고,
결국 얼마후 나는 암베르행 버스에 올라타고 있는 나와 일행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암베르에 내리자마자,
눈 앞에 보이는 웅장한 규모에 먼저 놀랐다.

산등성이를 따라 성벽이 둘러쳐져 있고 그 위로 성이 있는 형태인데,
예전에 봤던 메헤랑가르성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얼핏보면 마치 만리장성의 인도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과연 사람의 힘은 어디까지인가' 에 대한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이곳에서 암베르성으로 들어가는 방법은 2가지다.
걷거나 코끼리를 타거나.

물론 우리에게 코끼리는 사치에 불과했기에 천천히 걸어갔지만,
주변 외국 관광객들은 대부분이 코끼리를 타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 땡볕에 코끼리가 무슨 죄냐.
기어코 한번 올라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죄인게지.




안으로 들어가보니 잘 정돈된 잔디밭이 나왔는데,
왠 인도인 한명이 햇볕을 쬐며 누워있는게 보였다.

이건 뭐, 일광욕을 하는건지 광합성을 하는건지..
근데 뭔가 ㅂㅅ같지만 멋있어.

저.. 자유인의 포스.




나도 모르게 잔디에 몸을 맡겼다 -_-

일행들은 챙피한지 고개를 돌렸고,
 
이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길 옆에는 원숭이 몇 마리가
다소곳이 바닥에 앉아 손을 내밀며 구걸을 하고 있었는데,

내 목구멍이 포도청인 상태라 별수 없었다.




외곽으로 난 길은 꾸불꾸불하게 끝도없이 이어져 있다.

오래전 이 길을 만들었을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드는 이 길을

몇백년 후 수많은 나라의 관광객이 이용하게 될 줄은 상상이나 했을까?




조금 걷다보니,

더이상 올라가기 힘들다는 누나 한명은 중간에서 쉬기로 하고,

나머지 3명만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어느덧 한 2km는 걸어온 것 같다.

마침내 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왔지만, 그곳엔 다른곳으로 통하는 커다란 문이 있었다.

결국 또다른 시작점.




결국 다시 암베르성쪽으로 내려왔고, 문 안쪽 광장에 들어섰다.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좋다.
맑은 하늘에 솜사탕처럼 흩뿌려진 구름.

특별히 무언가를 찾아보려 하지 않아도, 파랑색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참 좋다.




계단에 걸터앉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다보니,
건물위에서 두 사람이 낑낑거리며 뭔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보았다.

아주 먼 옛날에도 저렇게 건물을 짓고 물건을 놓고 했으려나?




사실 이번에 암베르를 오게됨으로써
일정상 자이뿌르에서 유명하다는 핑크색 궁전을 못가보게 된 셈이 되어버렸는데,

그게 전혀 아쉽지 않을 만큼, 암베르의 풍경은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