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45 - 찝찝한 기분


한가로이 구경을 마치고, 다시 암베르성 입구쪽으로 내려왔다.

그 곳에는 아까 우리와 헤어진 채,
입구에서 기다리겠다던 누나가 있었는데, 때마침 인도인 남자 한명과 얘기중이었다.


몇 분정도 옆에서 차분히 기다리고 있자,
잠시후 누나가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이분이 자기 차에 태워서 이 근처 유명한 유적지 구경시켜주신대~ ^^ "




옆에 있던 사람들은 다들 좋다며 가자고 말했지만,
나는 순간 이 남자의 차를 타고 가는 게 조금 망설여졌다.


사실, 이유없이 망설여졌다기 보다는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안됐다.

먼저 현지인 남성이 아무런 대가없이 자동차로 우리 4명을 태우고 드라이브 시켜주겠다는 점부터,
그 남자는 우리와 방금 만난 사이, 더군다나 나는 말한번 섞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제일 이해가 안되는 건,
다들 일행들은 아무런 의심없이 그 남자의 차에 훌쩍 올라타고 있는 이 아리송한 현상이었다.


아니, 그 남자가 어떤 사람인 줄 알고나 따라가는 건가??
심지어 나를 제외하곤 일행이 전부 여자였기에 걱정은 더 커졌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결국 나와 일행 3명을 태운채 자동차는 출발했고,
차는 근처에 있다는 나하르가르성으로 향했다.




비록 일행을 따라 얼떨결에 차는 탔지만,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난 기분이 꽤 껄끄러웠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나를 과민반응하는 얘 취급하는 누나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느낌을 다른사람에게 내색하지 않으려 애를 썼지만, 아마 다들 어느정도 알아채지 않았을까.


차라리 이럴거면,
나 혼자라도 버스를 타고 숙소로 먼저 들어가 있는게 좋지 않았을까.




어쨋거나,
마침내 도착한 나하르가르성.
꿀꿀한 마음에 그냥 홀로 떨어져서 아무 생각없이 성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정말 경치 하나는 끝내주게 아름다웠다.


오늘은 날씨도 쾌청한데다가
때마침 해가 지기 시작해서 일몰까지 볼 수 있어서,
비록 찝찝한 기분으로 얼떨결에 따라온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허름한 고성의 은은한 분위기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자이뿌르 시내 경관은 일품이었다.

좋은 기분으로 왔다면,
더 많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뭔가 상당히 아쉽다.




일행들과는 잠시후에 주차된 차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말없이 혼자 그냥 무작정 걸었다.

아기자기한 골목을 지나고,
성벽을 따라 펼쳐진 자이뿌르 시내를 바라보고,
길가에서 나뭇잎을 만지작 거리던 원숭이도 쳐다보았다.

그래도 기분은 여전히 무거웠다.




성벽에 난잡하게 적힌 낙서들은 누가 썼을까.
Shadab Ahmed는 누구일까.

왜 하필이면 아름다운 문화재에다가 글을 썼을까.
지금은 둘이 잘 사귀고 있는 걸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잡생각들을 해대며,
성 바깥에 위치한 벤치에 누워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었다.

바람도 선선하고,
귀에 감기는 음악 소리도 좋았다.
가끔씩 날아다니는 비둘기도 보기 좋았다.
파란 하늘은 더없이 쾌창했다.

그냥 내 기분만 좋지 않았다.




어느덧 일행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었고,
그 인도인은 친절하게도 우리를 숙소가 있는 곳까지 차로 태워줬다. 

결과적으로 내가 우려하며 말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괜한 오해를 했던 걸까?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인도에서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심심찮게 존재해왔고,
이번 경우 또한 그럴 확률이 충분히 있었다.

비록 이번에는 친절한 인도인을 만났지만,
다음번에도 그럴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여행가기 > Ind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여행 47 - 타지마할  (6) 2010.08.11
인도여행 46 - 아그라 가는길  (7) 2010.08.11
인도여행 44 - 암베르  (2) 2010.07.16
인도여행 43 - 오늘은 형이 쏜다  (2) 201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