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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47 - 타지마할


막상 타지마할에 도착하자,
오는 동안 꿀꿀했던 기분은 모두 사라지고, 이곳저곳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인도에 오는 사람들이라면 죄다 타지마할은 필수로 둘러보고 가는만큼,
사람도 넘쳐났고, 경비도 삼엄했고, 관람료도 꽤 비쌌다. -_-;


입장료가 자그마치 750루피.
2루피짜리 바나나 하나만 입에 물면
침팬치마냥 좋아하던 나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런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타지마할을 안보고 갈 수도 없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500루피 지폐 2장을 건네고 표를 샀다.



윌리를 찾아라


입구 옆에는 작은 물품보관소가 있었는데,
타지마할에 들어갈때는 카메라를 제외한 그 어떤 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덕분에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으며, 수첩에 뭣 좀 적어보려던 나의 허세 작전은 애초에 불가능하게 됐다.


아무튼 짐을 맡기는 절차가 끝나고나면 다시 입구쪽에 가서 기나긴 줄을 서야 되는데,
한명 한명씩, 공항에서나 할 법한 몸 수색(?)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거 뭐, 자이로드롭 타려고 줄은 서봤지만,
유적지 입장하려고 한참동안 줄 서 있으려니 여간 어색했다.




그 곳을 무사히 통과하니,
안내원은 생수 한병과 신발 덮개를 하나 건네줬다.

본 건물에 올라갈때는 신발을 신은채로 갈 수 없기 때문에,
현지인은 대부분 맨발로 다니고, 주로 외국인들만 신발에 덮개를 씌우는데,
여기서 신발을 잘못 벗어뒀다간 신발도둑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것 같아 보였다.




드디어 수많은 인파를 뒤로하고, 눈 앞에서 타지마할을 마주했다.
넢은 대지위에 온통 하얀 대리석으로 지어진 타지마할은 확실히 지금까지 보아온 건축물과 구별되는 색다른 느낌이다.

건물이 지어진 역사적 배경에 대해서는 이미 지겹도록 들어왔지만,
막상 그 곳에서 실제로 그 땅을 밟고, 벽을 만지고, 직접 느껴보고나면
내 머리 속에 지식으로만 존재했던 것들이 또다른 경험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정신없이 포커싱을 맞춰대며 사진을 찍어대고 있자,
한 인도인이 내게 살포시 다가와서 내 귀에 대고 소근거렸다.


"사진 진짜 잘 찍히는 명소를 알려드리죠."



-_- 이 녀석은 또 무엇인가...

하지만 단순한 삐끼로 치부해버리기엔
그의 표정은 마치 천지개벽의 비밀을 알고있는 사람처럼 꽤 진지했다.


결국, 난 얼떨결에 따라가서 그 사람이 알려주는 대로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눌러 보았다.



찰 칵 - !


'오~ 괜찮은걸?'

솔직히 별로 믿음이 안가던 녀석이었는데,
막상 찍어보니..
구도가 꽤 괜찮게 나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바닥에 있는 물에 타지마할이 비쳐야만 '스페셜' 한 사진이란다. (무슨 기준이 그래??)

어쨋거나,
기쁜 마음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자,



그는 내게 친절하게  "10루피 플리즈 ^_^"  라고 답해줬다.



역시 인도.

훈훈해 정말.




가는 날이 장날인지,
타지마할 주변에는 방문객이 상당히 많았다.
때문에 건물 내부로 들어가보려면 또 다시 상당히 긴 줄을 서야 했다.

사실 안에 들어가도 딱히 볼 건 없다.
실제 무덤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두컴컴한 곳이라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도,
이왕 온거 본전은 뽑자는 심리로 인해.
그 끝없이 이어진 행렬에 동참했다.




내 줄 바로 앞에 서있던 소녀는 우리가 신기한지 계속 쳐다봤었는데,
나는 이곳 사람들의 줄서기 문화가 신기해서 그들을 계속 쳐다봤다.

그것인즉슨,
줄이 꺽이는 부분에서 새치기가 아주 자연스럽게 일어나고 있다는 거다.

새치기하는 사람도 당연하게 새치기.
당하는 사람도 아주 당연하게 양보.

이거 뭐지.
저사람들은 몸에 하이패스 단말기라도 달았나.


음.

역시 인도.

훈훈해 정말.



탁트인 공간에 앉아 타지마할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기만 해도 좋았다.

다만 타지마할의 관람시간은 오후 6시까지라는게 조금 아쉬울 뿐...
결국 폐장시간에 맞춰 슬슬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아그라에 조금만 더 일찍 도착했더라면, 좀 더 느긋하게 구경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출구를 따라 길을 걸어오는데
해가 지면서 하늘이 붉게 변하고 있었다.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마법같은 하늘.


그러고보면 벌써 인도에서만 몇번째 보는 석양인지 모르겠다.
여행을 와서는 이렇게 자주 보는데, 왜 한국에서는 자주 보지 못했을까.

인도나 한국이나 똑같은 하늘인데.
그냥 내 시선만 잠시 위로 두면 되는데 말이다.

일상에서는 그걸 바라볼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걸까.
봤지만 그걸 느낄 감성적 여유가 부족했던 걸까.





돈이 부족했던 걸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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