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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48 - 갈림길


타지마할 관람을 마치고,
일행들과 같이 식사를 했다.

이제 이 식사가 끝나고 나면,
다들 가야하는 목적지가 달랐다.


그러고보면 바로 오늘이,
그동안 함께 움직였던 사람들과 마지막으로 밥을 먹는 자리인 셈이었다.


자이살메르에서 만나서 같이 온 누나는,
'아그라'에서 하루 이틀정도 더 머무르기로 했고.

'뭄바이'에서 만났던 동생은 바라나시로 떠나고,

나는 '아메다바드'에서 만난 누나와 함께 '오르차'에 가기로 했다.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다들 아그라를 떠나기 전에 기차시간을 기다리며,
유일하게 '아그라'에 머물기로 한 누나의 숙소에서 잠시동안 쉬었다.

사실 그동안 이것저것 스트레스를 받은적도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허전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정말 하찮은 것에 대해 스트레스 받고, 걱정했던 것 같다.
다른사람 또한 나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을까.
박수소리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데..
같이 한 그 짧은 시간만이라도 내가 먼저 더 배려해줬다면 좋지 않았을까.




어느덧 열차 시간이 되고,
아그라에 남는 누나만 남겨두고 모두 숙소밖으로 나왔다.

아그라에는 기차역이 2곳이 있는데,
동생이 탈 바라나시행 열차는 '아그라 칸트역', 우리가 탈 열차는 '아그라 포트역' 에서 타면 된다.

일단 열차시간이 빠른 동생먼저 오토릭샤에 태우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채 배웅을 해줬다.

그리고 여자 혼자 밤늦게 릭샤를 타고 가는게,
여간 못미더워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릭샤 번호판을 사진에 찍어두었다.




"어라??"

하지만 찍고나서 확인해보니,
내 고질적인 수전증으로 인해, 도저히 번호판을 식별할 수 없는 사진만이 남아있었고.

급하게 다시 포커싱을 맞추고 찍으려는 순간,
릭샤는 턽털털 소리를 내며 급히 우리곁을 떠나갔다.


.. 휴, 이래서 다들 카메라 렌즈는 밝은 렌즈를 쓰는구나. ^_^........




잠시후 우리도 릭샤를 타고 '아그라 포트 역'으로 향했다.
게다가 이번엔 조금 먼 곳임에도 불구하고
다른때와는 달리 릭샤가 요금 흥정을 하지 않아서 좋았다.

예상과는 달리 금세 기차역에 도착했고,
릭샤꾼에게 돈을 쥐어준 뒤, 설레는 마음으로 기차역에 들어섰다.




그런데,
건물 외벽에 뭔가 조그만 글씨로 쓰인 영문자가 순간적으로 눈에 띄었다.


"AGRA CANTT"


아그라...칸트...^^?


잠깐만 아그라 뭐? 칸트?

우리가 가야 할 곳은 '아그라 포트' 역인데...
아그라 칸트...... ???????





"아차!"

당했다.



순간적으로 내 두뇌회전 RPM은 최고조에 달했고
뒤늦게 우리를 태우고 왔던 릭샤꾼을 찾아 뒤쪽을 돌아봤지만,
이녀석은 바퀴에 부스터를 달았는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다람쥐같은 녀석.




지금쯤 히죽거리며
내가 준 지폐를 만지작 거리고 있을 녀석을 생각하니,

당장이라도 오밤중에 타지마할을 가로지르는 대 추격전을 펼치고 싶었지만,
뭐 어쩌랴. 이미 끝난 것을.


차라리 겸사겸사,
좀전에 아그라 칸트역으로 떠났던 동생을 만나보기로 했다.

찬찬히 바라나시행 열차 라인으로 가보니,
생각보다 쉽게 동생을 찾을 수 있었다.


멀리서 쳐다보니,
어디서 또 금세 찾았는지.
한국인 여행자 2명과 얘기를 하고 있다.

역시.
'남극에 내려줘도 팥빙수 장사 해먹고 살 녀석이야.'



어쨋든 멋쟁이 릭샤꾼 덕분에
배웅하고 헤어진지 20분만에 기차역에서 다시 일행을 만났다.

짧지만, 한번 더 안부를 나누고,

이번에야말로 진짜 '아그라 포트' 역으로 향했다.





조금 불안하지만, 맞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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