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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82 - (네팔) 숙소를 찾아서


"대체 얼마나 더 가야해?"

분명히 지도에 나와있는 걸 보면,
우리는 지금 '울레리' 라고 하는 곳을 지났을테고,
이쯤되면 예의상 '숙소' 라는게 보일 때도 됐는데 말이다.


차츰 일몰시간이 다가오자,
'나시' 하나 달랑 입고 있던 몸에도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심각한 건,
대체 일행 한명은 얼마나 뒤처진건지, 전혀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산속에서 영혼이 되어 증발이라도 한 건지.

한참을 기다려봐도 소식이 없는 녀석에게,
'무소식이 희소식' 이라는 공식을 적용하기엔 시간이 너무 지체됐었다.


결국 몇 번을 고민하던 나는,
짐을 내던지고, 녀석을 찾아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실종자 수색하듯 이리 저리 시선을 옮기며,
한 10분정도 산 아래로 내려가자,

다행히 돌계단위에 앉아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괜찮아?"


내 물음에 녀석은 뭔가 한숨섞인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응, 근데 나 아무래도...... '고산병' 에 걸린 것 같아."



"...뭐 ㅡ_ㅡ?"






'저기, 미안한데.. 우리 아직 1500m도 안왔어...'




살아오면서 '상상임신' 이라는 건 들어봤지만,
이건 또 무슨 '상상고산병'이란 말인가.




어쨌거나,
나는 자칭 고산병에 걸렸다는 녀석을 소몰이 하듯 앞세우고,
다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올라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후, 끝없이 이어진 언덕길을 어느정도 오르고 나자,
걱정과는 달리 해가 지기 전에 숙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산 중턱에 자리잡은 숙소는 꽤 운치있었다.
전체를 나무로 지은 2층짜리 작은 건물이었는데,
2층에 있는 복도를 걸어다닐때면 나무 특유의 삐걱 거리는 소리가 나서 더 정겨웠다.

사실 트래킹 루트에 위치한 숙소의 특징은,
방값은 아주 싼데 비해, 식사가 아주 비싸다. ('뜨거운 물' 만 시켜도 100루피가 넘어가는 거참 아름다운 현실.)
그래서 대부분 이런곳에서 머물때는 방값을 싸게 내고,
예의상 식사는 이곳에서 해결해주는 식이다.


우리도 방값은 1인당 25루피(한화 650원)를 지불했지만,
별 시덥잖은 메뉴 하나만 먹어도 120루피는 기본으로 넘어가기 일쑤였다.




도착하자마자 샤워와 식사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침대에 앉았다.


트래킹 첫날이었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숙소에 도착했고, 침실도 그닥 나쁘지 않다.

다만 샤워할때 뜨거운 물이 나온다던 주인 아저씨의 말이 거짓임을,
옷 다벗고 몸에 물을 끼얹어 보고서야 알아챘고,

우리의 긴긴 밤을 달래줄 '고스톱'을 포카라 숙소에 두고 온 걸,
지금에서야 생각해 냈지만,


뭐, 이정도면 그리 나쁘지 않은 출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