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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인도여행 30 - 사막의 밤


낙타를 한참 타고 다니다가,
드디어 한적한 공간에 자리를 잡았다.

낙타꾼들은 낙타들을 파킹하고 슬금슬금 저녁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들 분주한데 나홀로 가만히 서있기도 뭐하고해서...
불 피울때 쓸 땔감이나 좀 구하려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나름대로 주변에 건초들을 찾아다녔는데,
어째 전부다 까칠하고 날카로운 것들 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장갑도 없이 무식하게 뽑아대는 바람에 결국 손에 남은 것은 잔상처들..



땔감을 한곳에 모아놓고..
끝없는 지평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자니,
서로 아웅다웅 거리며 다닥다닥 붙어 생활했던 도시 속 갑갑함에서 해방된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친구가 내게 꿔가고 안갚은 돈이 지금와서 무슨 소용이랴..
인터넷에서 주문한 물품이 하루 이틀 쯤 늦는다고 뭐 대수랴..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지...아무렴....

....휴................이대로 조금 더 지평선을 바라보다간 신선이 될 것 같아,
서둘러 일행이 모인 곳으로 돌아와 앉았다.



이제 하늘은 손전등을 켜야만 서로 얼굴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어두워졌고...
도착하자마자 준비하던 저녁식사는 시작한지 3시간이 지나서야 완성되었다.


그사이 말더듬이 캡틴 낙타꾼은 삼지창 같은 걸 세워놓고는 닭고기를 작게 조각내고 끼워댔다.
그리곤 모닥불에 신나게 구워대는데 이거 폼이 영 신통찮다.

아무래도 이 일이 직업(?)이다보니 경험이 많을텐데,
뭔가........... 상당히 어설펐다.



우리들이 준비해 온 럼주를 컵에 따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할 무렵...
낙타꾼들이 우리에게 손짓으로 물 마시는 시늉을 해댔다.

뭐 대충 보아하니 자기들도 술을 좀 달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술 한잔 주는 건 문제가 아니었지만, 이게 3~4잔이 넘어가는게 문제였다.

취할경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해서, 안된다고 딱잘라 말을 하니.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어대며, 자신의 손바닥을 쫙 펴서 우리에게 보여준다.
뉘앙스가 '우리 닭고기 굽다가 손을 디었다.' ,'우리들 이렇게 고생했다.' 라는 느낌이었는데..



뭐 그래봤자...우리에겐







씨알도 안먹혀^^*






그런데 술을 안줘서일까...

이건 뭐 고기는 죄다 태워놓고 -_-
양념으로 모래가 잔뜩 묻혀져 있지를 않나...
어떻게 된게 고기를 한점 베어물면 우드드득 하는 경쾌한 모래 씹는소리가 노래방 MR처럼 울려퍼졌다.



누군가가 말했었다.
사막의 밤하늘은 별들이 쏟아지는 것 같았다고...

그런데 하필 내가 갔을때는 어찌나 칠흑같이 어둡기만 하던지....

새벽 3시가 넘어가도..
결국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은 볼 수 없었지만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이 된 것 같다.


그리고 밤새도록 일행들과 얘기를 하면서..
이제 다시 혼자만의 여행으로 전환하기로 맘을 먹었다.

제각기 다른 곳으로 떠나는 일행들을 보내고..
나는 자이살메르에서 하루를 더 보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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