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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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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65 - 싸이클 릭샤 드디어 바라나시를 떠날 시간. 독한 약을 먹어서인지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히던 몸살은 언제그랬냐는 듯 잠잠해졌지만, 폭풍설사가 그 뒤를 이었다. 감기 몸살은 그저 예고편에 불과했었던가..-_- 비록 몇번의 화장실 출입으로 인해, 몸속의 모든 것을 미련없이 내보냈지만, 나약한 마음은 접어두고 일행들과 함께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뱃속에서 시작된 미세한 진동이 괄약근을 향해 공격해 올 때마다, 나는 정로환을 아작 아작 씹어먹으며 다시한번 전의를 불태웠고, 배낭을 어깨에 멘 채, 일행들과 기차역으로 가는 싸이클 릭샤를 잡아 세웠다. 일행이 5명이라 싸이클 릭샤 3개로 나누어 탔는데, 나와 누나가 한 차에 타고, '오르차' 누님들이 또 다른 한 차, 그리고 캐나다인 '마크'는 혼자 따로 탔다. 그렇게 3대의 싸..
인도여행 64 - 상태 메롱 오늘도 어김없이 바라나시에는 아침해가 떠올랐고, 나는 또 어김없이 가트로 일출을 보러 나갔다. 식사후엔 언제나처럼 '라시'를 꼬박꼬박 섭취해줬고, 짜이는 이젠 그저 '아밀라아제'인 것 마냥 입에 꾸준히 달고 살았다. 이렇게 먹고, 자고, 멍 때리는 생활은 차츰 잦아졌고, 앞으로도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지만... 바라나시를 떠나야 되는 날이 다가오자, 여행중 처음으로 몸에 문제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가트에서 일출을 보고 들어오니, 원인을 알 수 없는 몸살기운이 느껴졌고, 이내 온몸의 힘이 쭉 빠지더니, 송곳으로 이곳저곳을 쑤시는 것처럼 통증이 느껴졌다. 당장 약을 먹어야 했는데, 한국을 출발하며 내가 가져왔던 감기약은 무슨 '나이팅게일'이라도 된 마냥 쿨하게 다른 여행자들이 아플때마다 건네줘 버렸고, 그..
인도여행 63 - 뿌자 얼마전 '오르차' 누나들의 보트 제안을 거절했던 나였지만, 바라나시에 있을 때 보트 한번쯤은 타보고 싶은 생각은 여전히 존재했다. 마침 바라나시 가트에서는 저녁마다 '뿌자'라는 의식이 치뤄지는데, 이걸 보트타고 갠지스강 쪽에서 바라보는 장면이 기가 막힌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들었던터라, 누나와 나는 그날 저녁에 같이 보트를 타고 뿌자를 구경하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우리는 사전에 약속한 장소에서 인도인 뱃사공을 만났고 사공이 노를 젓기 시작하자, 배는 천천히 강을 따라 이동했다. 서서히 보트가 강 중심에 이르자, 주위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저 물살을 가르는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에 가트쪽에 보이는 환한 불빛만이, 방안에 켜둔 은은한 조명처럼 우리를 비춰주고 있었..
인도여행 62 - 마지막 부탁 내겐 뭔가 인도로 여행을 간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법한, '여행계획'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덕분에 여행 도중 사람들을 만나면서 수시로 다음 목적지가 바뀌곤 했는데, 바라나시에 온 이후로는 다음 목적지로 '네팔'에 가보기로 했다. 물론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뭐, 간김에 히말라야 트래킹도 하고.. 트래킹도 하고...음.. 트래킹이랑....음... 아무튼 뭐, 그냥 일단 가보는 거지. 하지만 급하게 정한 목적지에는, 역시나 정보의 부족이 뒤따랐고, 결국 약간의 정보라도 주워먹기 위해, 바라나시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카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가트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한참 걸어가는데, 갑자기 앞에 있는 한 여성분과 "엇!!" 소리를 동시에 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 분은 바로 얼..
인도여행 61 - 최신 극장 찾아가기 바라나시에서의 하루하루는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 해뜨기 전에 일어나 가트에 앉아서 일출을 보고, 강가를 따라 걸어다니며 길거리 구경하고, 식후엔 무조건 '라시'가게에 들려서 가볍게(사실 그닥 가볍지는 않게) 한잔 하는 식이다. 마치 이곳에 오래전부터 살아온 것처럼, 요란하지도, 일정에 쫓기지도 않게, 그저 마음 편히 지냈다. 그래서인지 바라나시에서는 찍은 사진도 얼마 없고, 난 그저 '생활' 자체에 푹 빠져있었다. 바로 그런 평이한 생활 중에, 괜시리 '영화나 한편 볼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한동안 잠잠했던 내 여행에도 소소한 활력소가 될 듯 싶었다. 게다가 때마침 바라나시에 최신식 극장이 있다는 정보도 비밀리에 입수한 터였다. (물론 남들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고 있던 정보 ^^) 그리고 사실..
인도여행 60 - 레 미제라블 바라나시에 온지도 하루가 지났을 무렵, '오르차' 누나들이 갑자기 보트를 타자고 제안을 했다. 나는 살짝 놀라긴 했지만, 내심 한번 쯤은 타보고 싶었던지라 그러겠노라고 대답을 했다. 사실 바라나시에 온 이상 보트를 타는 건. PC방에 가서 스타를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흠칫하며 놀랐던 이유는, 현지인이 노를 저어주면서 가이드 해주는 걸 타는게 아니라, 보트를 하루 통째로 빌려서 우리가 직접 노 저으며 타보자는 거였기 때문이었다. 그사이 어디서 데려왔는지, '오르차' 누나들은 마크라는 캐나다 남자도 한명 데려와놓고는 같이 보트를 탈 거라고 했다. 그 순간 직감적으로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타게 되면 총 6명인데, 그중에 3명이 여자고, 남자라..
인도여행 59 - 바라나시 가트를 따라 걸어온지 30분쯤 지나자, '오르차' 누나가 말하던 '비쉬누 게스트하우스' 에 도착했고, 우리는 마치 마라톤 피니쉬 지점에라도 도착한 것 마냥 기분좋게 짐을 풀었다. 사실 방을 잡고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가 제대로 찾았다고 좋아했던 그 숙소 이름은 '비쉬누 레스트하우스' 였다. '게스트'와 '레스트'. 바라나시에는 비슷한 이름의 숙소가 많다. 이건 무슨 숙소이름 가지고 야바위라도 한판 하자는건가. 뭐, 그렇다고 누굴 탓할 수 있으랴. 아마추어처럼 걸려든 우리 잘못이지. 어쨋거나, 결과적으로 우린 비쉬누 레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고, 나는 같이온 '용'과 함께 방을 쓰기로 하고 체크인을 했다. 그때 내 옆에는 웬 수염 덥수룩한 한국 남자 한명도 체크인을 하고 있길래 반갑게 인사를 건냈..
인도여행 58 - 바라나시의 아침 사트나 기차역에 바라나시행 열차가 들어오고, 나는 드디어 잠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채 기차에 올라탔다. 인도 기차는 좀 특이한게, 아무리 좌석을 미리 예매했다고 해도, 당일날 자리가 예고없이 바뀔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열차 입구에 수정된 내역을 A4용지로 붙여놓는데, 올라타면서 반드시 이것을 확인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날은 피곤해서인지, 그냥 곧바로 기차표에 적힌 좌석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고, 나보고 좌석이 바뀌었으니 확인을 해보란다. 입구로 가서 실제로 확인을 해보니 좌석이 바뀐게 맞았다. 그리하야 다시 터덜터덜 바뀐 자리로 걸어가보니, 그곳에도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이곳이 자기네들 자리가 맞단다. 아, 이것은... 마치... 의자 뺏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