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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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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89 - (네팔) 따또빠니 그 뒤로도 한참 동안 일행들을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고, 결국 우리는 기다리기를 포기한 채 산 아래 마을로 향했다. 이때부터는 계속해서 내리막 길이라 힘은 안 들었지만, 죄다 돌계단이라 발바닥이 좀 아팠다. 그리고, 아무리 신경을 안쓰려고 해도, 없어져버린 일행들이 계속 눈에 밟혔다. 아마 옆에 있던 누나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겠지만, 굳이 내색해서 무엇하랴. 우리는 그저 다음 목적지인 '따또빠니'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사실 '따또빠니'는 온천이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나는 도착전부터 내심 우리나라의 최신식 온천 시설을 기대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왠지 모르게 오늘 저녁엔 내 하반신을 따뜻한 물에 담근 채, 한 손으론 여유롭게 맥주 한병을 쥐고, 귓가에 흐르는 음악에 맞춰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릴 수 ..
인도여행 88 - (네팔) 엇갈림 결혼식장을 벗어나 다시 한참을 걷고 있자니, 뒤에 쳐져서 걷고 있던 남자일행 2명은, 이젠 대체 어디쯤 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어차피 길은 하나니까.. 언젠가는 만나겠지.. 그래, 지구는 둥그니까.' 누나와 나는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그저 묵묵히 앞을 향해 걸었다. (절대 그들을 기다리는게 귀찮아서 그런게 아니다.) 그렇게 긍정적 걷기를 계속 하다보니, 어느 순간, 길 옆에 아주 조그맣게 'Check point' 라는 글씨가 보였다. 말 그대로 트래킹을 하다가 중간에 관리인에게, '우리 지금 이쯤 지나가고 있습니다요~' 라며 체크하고 가라는 곳인데, 솔직히 그냥 통과해도 별 문제 없어 보일만큼 허름하고, 허술하고, 허전해 보였다. 하지만 누군가 방문해 주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관리인을 위해, ..
인도여행 87 - (네팔) 결혼식 한참을 '아이 좋아라~*' 하며 걷던 우리는, 문득 한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중간 중간에 숙소나 집들이 있긴 있는데, 당최 사람들이 보이질 않는 것이다. 차라리 그냥 오래된 집들이면 모르겠지만, 마치 조금 전까지 사람들이 머물렀던 것처럼, 빨래들이 줄에 걸려있고, 집 대문이 안 잠긴 곳도 많았다. 이거 뭐야 대체 -_-? SF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인지, 나는 조금씩 '하지 않아도 될 상상'을 하기 시작했고, 잠시 뒤, 지붕이 불타버린 집을 지날 무렵엔, 내 머리속에서 쓰여지던 한편의 소설은 점점 막장 스토리를 더해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단으로 UFO에 납치라도 됐든 말든, 사람들의 존재는 '아웃 오브 안중' 이 되어갔고, 나중에는 오히려 아무도 없는 음식점 마당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는 대담..
인도여행 86 - (네팔) 길을 걸으며 푼힐 전망대에서 내려온 후, 고라빠니의 숙소로 돌아왔다. 다들 약속이나 한듯이 1층 난로에 모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손을 녹인 후, 뒤이어 밥 먹을 준비를 했다. 메뉴는 역시나 미리 준비해 간 라면. 숙소 주인장에게 뜨거운 물만 필요하다고 하자, 그는 내심 우리가 뭔가 음식을 따로 주문할 걸 기대하고 있었는지, 표정이 그리 밝아보이지는 않았다. 물론 우리도 트래킹 내내 라면을 먹어대서, 지긋지긋 해질 무렵이었지만, 빈곤한 여행자였던 우리에게 숙소 음식 가격은 너무 비쌌다. 어쨌거나 나는 주인장을 따라 주방에 들어가 신나게 라면을 끓였고, 그날 아침도 일행들과 함께 어쩔수 없는 '면식수행'을 했다. 식사를 마치자마자, 짐을 챙겨서 곧바로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한 손에는 카메라를 쥐고, 다른 ..
인도여행 85 - (네팔) 푼힐전망대 홀짝홀짝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이고 있자, 저 멀리서 일행들이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전망대에 도착했다. 나는 조금전에 있었던 악몽같은 추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내 인격을 위해서 혼자만의 비밀로 하는 편이 더 좋을 듯 싶었다. 잠시후, 산봉우리들 사이로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눈 앞에 안나푸르나 1봉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세찬 바람을 타고 흩뿌려지는 눈발. 혹시 지금도 누군가는 저 봉우리를 오르기 위해, 산소통을 등에 메고 거친 숨을 내뱉고 있지는 않을까? 작은 눈을 치켜뜨며, 산등성이에 누군가 메달려 있는지 유심히 살펴 보았지만, 양쪽 시력 0.3인 나로서는 애초에 확인이 불가능한 사항이었다. 해발 3210m. 내 생애에 지금처럼 높이 올라와 본 적이 있던가. 아니, 앞으로 더 높은 곳에 올..
인도여행 84 - (네팔) 추위와의 싸움 저녁이 되자, 숙소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1층에 있는 난로로 모여들었는데, 내가 보기엔 굳이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고 싶어서 왔다기 보다는, 아마 2층방에 혼자있으면, 다음날 영락없이 냉동된 시체로 발견 될 것 같았기 때문일게다. 나 역시도 추위때문에 커다란 난로 한켠에 발을 뻗고 앉아, 일행들과 한국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일들에 대해 얘기를 했다. (물론 중간중간에 불이 약해지지않게, 장작을 쉴틈없이 난로에 집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같이 불을 쬐고 있던 멕시코 여자분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알바로 돈을 벌어서 세계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알바하고, 좀 모이면 다시 여행을 하고.. 이건 무슨 '알바 -> 여행 -> 알바 -> 여행 -> 알바..
인도여행 83 - (네팔) 고라빠니 다음날 아침.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개인적으로 실내에서 듣는 빗소리를 꽤 좋아하는데, 다음 목적지인 '고라빠니' 로 해지기 전까지는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이 상황을 맘 편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비가 그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미리 짐을 챙겨두고, 아침식사 먼저 숙소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운좋게 비가 그쳤고, 하늘은 더 없이 청명한 모습이다. 게다가 숙소 밖으로 나오니, 산등성이 사이로 눈 덮힌 산이 보였는데, 그제서야 내가 동네 뒷산을 오르고 있지 않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러고보면, 사람의 시야는 '마음'에 따라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어제 숙소에 들어설때는 이런 설산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휴식을 취하고 주변..
인도여행 82 - (네팔) 숙소를 찾아서 "대체 얼마나 더 가야해?" 분명히 지도에 나와있는 걸 보면, 우리는 지금 '울레리' 라고 하는 곳을 지났을테고, 이쯤되면 예의상 '숙소' 라는게 보일 때도 됐는데 말이다. 차츰 일몰시간이 다가오자, '나시' 하나 달랑 입고 있던 몸에도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심각한 건, 대체 일행 한명은 얼마나 뒤처진건지, 전혀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산속에서 영혼이 되어 증발이라도 한 건지. 한참을 기다려봐도 소식이 없는 녀석에게, '무소식이 희소식' 이라는 공식을 적용하기엔 시간이 너무 지체됐었다. 결국 몇 번을 고민하던 나는, 짐을 내던지고, 녀석을 찾아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실종자 수색하듯 이리 저리 시선을 옮기며, 한 10분정도 산 아래로 내려가자, 다행히 돌계단위에 앉아 여유롭게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