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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54 - 여자 혼자 인도 여행하기 카주라호의 시내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관광지답게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들이 돌아다녔다. 그 중에서 특히 일본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들은 항상 나와 눈이 마주치면 반갑게 "니혼진 데쓰까? (일본인 이세요?)" 라며 말을 걸어왔다. 몇번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일본인인척을 해보려 했지만, "코레가 난다요~ (뭐야 이건~)" 밖에 모르는 내 비루한 일본어 실력은 그저 분위기를 싸하게 만들 뿐이었다. 날씨가 어찌나 맑은지 하늘엔 구름한점 보이지 않았다. 때맞춰 일행들과 근처에 있는 사원을 돌아보려고 했는데, 제일 큰 규모인 서부사원을 빼고 나머지 사원들은 서로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타고 돌아다녔다. 일행들과 시골길을 따라 천천히 페달질을 하던 것..
인도여행 53 - 남정네들의 습격 카주라호역은 준공된지 얼마되지 않았는지 상당히 깨끗했다. 바람을 맞으며 역 밖으로 나오니, 오르차에서 연락을 받고 우리를 픽업하러 나온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인도 남자 2명이었는데, 2명다 한국말을 거의 현지인처럼 사용하는 걸 보고 깜짝놀랬다. 게다가 '니키'과 '민수'이라는 어설픈 한국어 이름까지 쓰는 녀석들이었다. (사실 웬만하면 블로그에서 이름을 거론하고 싶지 않지만, 이녀석들은 좀 거론할 필요가 있다 -_-) 엉겹결에 그들의 차를 타고, 카주라호 시내에 자리잡은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근처에는 꽤 맛있다는 한국식당도 있어서, 간만에 포식도 할겸, 닭볶음탕을 시켜서 먹었다. 4인분을 시키니, 커다란 세숫대야에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데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상당히 ..
인도여행 52 - 카주라호행 기차 어느덧 오르차에서 머문 시간도 꽤 지났고, 카주라호로 떠나기 전날밤에, 일행들끼리 숙소에 둘러모여 맥주 한잔과 함께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 와중에. 숙소주인은 우리에게 슬며시 찾아와 짜이 4잔을 내밀며, 떠나기전 자기 숙소 추천글을 방명록과 한국에 있는 인도관련 카페에 좀 써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리고 카주라호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 있다며, 카주라호에 도착하면 픽업도 해주고 숙소도 미리 잡도록 연락을 취해준단다. 이쯤에서 다시한번 느끼지만, 주인장 이녀석은 확실히 사업가적 기질이 있다. 다음날 아침해가 뜨자마자, 다시금 짐을 꾸리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날씨가 좀 쌀쌀했는데, 카주라호로 가는 열차는 도통 언제쯤 도착할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카주라호까지 가는 열차 종류는 하나밖에 ..
인도여행 51 - 오르차 돌아다니기 "아아아악~~!! 제발 좀" 다음날 아침, 역시나 내 귓속을 후벼파는 예배당 종교음악 때문에 잠이 깼다. 차라리 음악을 틀꺼면 주기적으로 테잎 좀 바꿔주지. 얼마나 수없이 재생해댔는지, 중간중간 음이 한없이 늘어지기가 다반사였다. 사실 내가 머무는 숙소건물의 구조도 참 특이한데, 방에 문이 양쪽에 2개가 있다. 하나를 열면 게스트하우스 안쪽 마당이 나오고, 반대쪽 문을 열면 곧바로 마을 도로와 마주한다. 한마디로 방이 도로 바로 옆쪽에 붙어있어서, 덕분에 주위 소리가 그대로 다 들리는 구조다. 게다가 이날따라 밖에서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노래를 따라부르며 왁자지껄하는 소리도 들렸는데, 뭔 일인가 싶어서 슬쩍 창문을 열어보니 이게 또 가관이다. '으응????" 살짝 방문만 열었는데, 모든 사람이 날 쳐다보는..
인도여행 50 - 멍 때리기 오르차에 도착한 후, 간만에 기차나 버스가 아닌곳에서 실컷 잠을 잔 것 같다. 그런데 이 동네가 참 특이한 것이, 마을 중앙에 있는 예배당에서 아침만 되면 웬 종교음악을 커다란 스피커로 크게 틀어놓는다. 덕분에 늦잠을 자고 싶어도, 그 음악소리에 맞춰 깰 수 밖에 없었는데, 얼마나 지겹도록 들었는지, 며칠 후 오르차를 떠날즈음엔 나도 모르게 그 음악을 흥얼거리곤 했다. 그렇게 첫날 아침 역시 광기어린 종교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때마침 우리를 이 숙소로 안내해줬던 남자도 오전에 오르차를 떠났는데. 그 전에 우리에게 마지막 팁이라며 한가지 얘기를 해주고 갔다. "오르차에서 유적지 가려면 통합입장권을 사야 되는데, 사실.... '뒷길'로 들어가면 공짜예요." 에이 참, 그럴리가 ^^ 그리고 까짓꺼, ..
인도여행 49 - 새벽의 오르차 다행히 순조롭게(?) 아그라 포트역에 도착해서 제시간에 열차를 탔다. 목적지인 '오르차'는 사실 상당히 작은 시골마을이라, 그곳에 가려면 일단 옆에 조금 더 큰 마을인 '잔시'를 통해서 가야만한다. 뭐, 어쨋거나 기차가 '잔시' 에 도착할때까지 푹~ 잠이나 실컷 잘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하루하루가 임팩트있게 지나가서인지, 몸도 마음도 피곤했고. 역시나 열차에 자리를 잡자마자 침낭을 펼친 후, 마취된 듯이 잠에 골아떨어졌다. 그리고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갑자기 누나가 날 급하게 흔들어 깨웠다. "여기 우리 내려야 하는 곳 아니야?" 아니 벌써? 순간 벌떡 일어나서 창문밖에 이정표를 살펴보니 'JANSI' What the hell.. 잠깐 눈감고 있었던 거 같은데 벌써 '잔시'라니. 어지간히 피..
인도여행 48 - 갈림길 타지마할 관람을 마치고, 일행들과 같이 식사를 했다. 이제 이 식사가 끝나고 나면, 다들 가야하는 목적지가 달랐다. 그러고보면 바로 오늘이, 그동안 함께 움직였던 사람들과 마지막으로 밥을 먹는 자리인 셈이었다. 자이살메르에서 만나서 같이 온 누나는, '아그라'에서 하루 이틀정도 더 머무르기로 했고. '뭄바이'에서 만났던 동생은 바라나시로 떠나고, 나는 '아메다바드'에서 만난 누나와 함께 '오르차'에 가기로 했다. 밖은 이미 어두워졌고, 다들 아그라를 떠나기 전에 기차시간을 기다리며, 유일하게 '아그라'에 머물기로 한 누나의 숙소에서 잠시동안 쉬었다. 사실 그동안 이것저것 스트레스를 받은적도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뭔가 마음이 허전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정말 하찮은 것에 대해 스트..
인도여행 47 - 타지마할 막상 타지마할에 도착하자, 오는 동안 꿀꿀했던 기분은 모두 사라지고, 이곳저곳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인도에 오는 사람들이라면 죄다 타지마할은 필수로 둘러보고 가는만큼, 사람도 넘쳐났고, 경비도 삼엄했고, 관람료도 꽤 비쌌다. -_-; 입장료가 자그마치 750루피. 2루피짜리 바나나 하나만 입에 물면 침팬치마냥 좋아하던 나로서는 상당히 부담스런 금액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타지마할을 안보고 갈 수도 없어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500루피 지폐 2장을 건네고 표를 샀다. 입구 옆에는 작은 물품보관소가 있었는데, 타지마할에 들어갈때는 카메라를 제외한 그 어떤 것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덕분에 귀에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들으며, 수첩에 뭣 좀 적어보려던 나의 허세 작전은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