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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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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77 - (네팔) 복통의 정체 나와 누나는 일단 숙소를 잡고, 오랜만에 거금을 들여, 근처 한국 식당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인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제육볶음, 삼겹살 등을 야무지게 먹어보리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역시나 먹기만 하면 구토 증세가 느껴져서 음식의 절반이상을 남겨버리고 말았다. 기름진 고기를 눈앞에 두고도 차마 먹을 수 없는 이 가슴아픈 상황은, 점점 나를 비현실적 공황상태로 내몰았고, 이 알 수 없는 복통을 하루빨리 치료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다만 문제는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현지 병원을 이용하면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는 점이다. 심지어 음식점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들은바에 의하면, 최근에 병원에서 아주 잠깐 입원 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비만 수백달러가 나왔다고 한다. 이말을 듣으면서, 2..
인도여행 76 - (네팔) 포카라 그리고 재회 몸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지만, 음식을 최소량만 먹으면 그나마 복통이 심하지는 않아서 버틸만은 했다. 무엇보다도 언제까지 카트만두에서 보낼 수는 없었다. 네팔에 온 이상 히말라야 트래킹도 해보려고 했는데, 비자만료 기간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포카라' 라는 도시로 이동을 해야 했다. 그리하여,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부랴부랴 짐을 챙긴 후, 쌀쌀한 공기를 들이키며 숙소 근처 정류장에서 포카라행 버스를 탔다. 출발한지 몇분 지나지않아, 창밖을 내다보는것도 지겨워졌고, 의자를 뒤로 제낀 후 한숨 자려고 했는데, 아무리 손잡이 주위를 찾아봐도 '버튼' 이 보이질 않았다. 의자가 처음부터 제껴지는 의자가 아니라면 상관없겠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니 죄다 의자를 뒤로 제끼고 있는 걸 보니 일단 의자는 제껴지는..
인도여행 75 - (네팔) 침대위 24시간 저녁무렵부터 시작됐던 복통은 쉽게 멈추지 않았고, 결국 한밤 중에 더 심해지는 통증때문에 잠에서 깼다. 그렇다고 마땅히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서, 침대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날이 밝을때까지 설잠을 잘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이날은 누나와 근처에 있다던 '스왐부나트' 라는 곳을 구경하려고 했는데, 아침이 되어도 상태는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우리는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과 끄덕임을 주고 받기 시작했는데, 대충 뜻풀이를 해보자면, "나 오늘 몸상태 ㄴㄴ" "ㅇㅋ" 정도로 해석 될 수 있다. 단 3~4번의 비언어적인 표현을 통해 각자의 의사를 확인 한 후, 나는 다시 침대위에 누웠고, 누나는 내 방의 커튼을 쳐주고나서 혼자 스왐부나트를 향해 출발했다. 혼자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
인도여행 74 - (네팔) 사진 속에 나 보드나트를 다녀온 후, 그날 저녁 숙소에서 누나와 조촐하게 술 한잔을 하려고 했었다. 물론 카트만두 와인샵에서 산 위스키와 럼주, 그리고 각종 과일, 과자도 미리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숙소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나니, 몸에 조금씩 열이 나고 복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젠장, 설마 또 뭘 잘못 먹었나?' 문득 바라나시에서의 '감기+몸살+설사' 종합선물셋트 크리티컬이 다시금 악몽처럼 떠올랐고, 나는 도저히 술을 마실 상태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너 얼굴이 왜그래?" 누나는 내가 몸상태에 대해 말하기도 전에, 신내림 받은 무당마냥 날 척보더니, 일단 푹 쉬라고 얘기를 해줬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쉽사리 잠이 오질 않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동안 찍었던 ..
인도여행 73 - (네팔) 보드나트 카트만두에서 머물렀던 숙소는 꽤 고급스러웠다. 물론 객관적으로 본다면야 한국의 모텔보다 못하지만, 저렴한 인도 게스트하우스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신천지와 다름없었다. "아니, 숙소에 도마뱀이 없단 말이야?! 와우!" "이것봐!! 수도꼭지만 돌렸는데 뜨거운 물이 나와!!" 뭐, 이런식이다. 그렇게 방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감탄의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을때, 옆에서 여행 책을 열심히 탐닉하던 누나가 문득, 근처에 있는 '보드나트'를 보러 가보자고 했다. 네팔 최대의 불탑이라고 하는데, 내게는 역시 그저 "그거 뭐, 밥 말아 먹는거야?" 라는 물음이 나오는 존재에 불과했다. 어쨋거나, 이어지는 누나의 채근에, 우리는 곧바로 숙소를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고, 40분정도 걸려서 보드나트에 도착할 수 있..
인도여행 72 - (네팔) 스트리트 파이터 씁쓸한 마음을 뒤로하고, 더르바르 광장을 더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원 건물과 각종 탑들은 인도의 색채도 있고, 티벳의 색채도 있고, 뭐랄까. 전체적으로 두 문화의 완충지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잠시동안 건축물들을 보며 허세모드에 빠져들 무렵. 누나가 광장 바깥쪽으로 이어진 길로 가보자고 했다. 한동안 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주변의 모습은 조금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길 옆에 얼기설기 지은 듯한 건물들과 오래된 나무 건축물에서 나는 냄새들은, 마치 슬럼가 같은 분귀기를 풍겼다. 갑자기 달라진 주변 모습에 약간 당황해 할 무렵, 내 시선은 어느 순간부터 한 건물에 집중되었다. 그것은 바로 평범한 주택이었는데, 내가 그곳을 주목한 이유는 다름아닌, 그 건물 아래쪽에 써있던 글씨 하나 때문이었다. VIDEO ..
인도여행 71 - (네팔) 쿠마리와 아이들 과일과 빵을 한보따리 충전한 후, 수많은 군중들을 뒤로 한 채 '더르바르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 이라는 단어답게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는데, 이곳에서 특히 유명한 곳은 바로 '쿠마리 사원' 이다. "네팔에서 살아있는 여신으로 추앙받는 쿠마리는....어쩌구 저쩌구..." 로 시작하는 백과사전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는 일단 스킵하고, 간단히 말해서, 네팔에서는 어린 꼬마 여자아이를 골라서 살아있는 여신(쿠마리)으로 대접하다가, 초경이 시작되면 가차없이 내쫓고 다른 여자아이를 뽑으며,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사원에서만 갇혀지내야만 된다는 거다. (간단히 말한다는게 오히려 더 길고 복잡하게 말해버린 이 참담한 상황-_-) 어쨋거나 우리는 쿠마리가 거처하고 있다는 사원으로 진입을 시도해 보았는데, 당연..
인도여행 70 - (네팔) 거리의 군중들 개인적으로 군것질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정말?). 카트만두에 도착한 이후, 나는 의식적으로 군것질을 많이 했다. 바라나시에서의 폭풍설사로 많은 것(?)을 잃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양 볼이 쏙 들어갈 정도로 헬쑥해진 얼굴을 다시 조금이나마 찌우기 위함이기도 했다. 사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카트만두에서는 신선한 과일들을 싼값에 살 수 있었고, 길거리 곳곳에는 인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군것질거리가 널려있었다. 신기한 것은 나와 항상 같이 다니면서, 똑같은 것만 먹었던 누나는 점점 토실토실하게 살이 붙어가는 상황이었다. 아니, 이 누나는 밤에 나 몰래 보충제라도 타먹나? ㅡ.ㅡ; 어쨋거나, 나는 길을 지나다가 음식이 보이기만 하면, 눈에 불을 켜고 주워먹기 일쑤였다. 이날도 역시나 숙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