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여행 77 - (네팔) 복통의 정체
나와 누나는 일단 숙소를 잡고, 오랜만에 거금을 들여, 근처 한국 식당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인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제육볶음, 삼겹살 등을 야무지게 먹어보리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역시나 먹기만 하면 구토 증세가 느껴져서 음식의 절반이상을 남겨버리고 말았다. 기름진 고기를 눈앞에 두고도 차마 먹을 수 없는 이 가슴아픈 상황은, 점점 나를 비현실적 공황상태로 내몰았고, 이 알 수 없는 복통을 하루빨리 치료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다만 문제는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현지 병원을 이용하면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는 점이다. 심지어 음식점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들은바에 의하면, 최근에 병원에서 아주 잠깐 입원 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비만 수백달러가 나왔다고 한다. 이말을 듣으면서, 2..
인도여행 74 - (네팔) 사진 속에 나
보드나트를 다녀온 후, 그날 저녁 숙소에서 누나와 조촐하게 술 한잔을 하려고 했었다. 물론 카트만두 와인샵에서 산 위스키와 럼주, 그리고 각종 과일, 과자도 미리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막상 숙소에 도착해 샤워를 하고나니, 몸에 조금씩 열이 나고 복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젠장, 설마 또 뭘 잘못 먹었나?' 문득 바라나시에서의 '감기+몸살+설사' 종합선물셋트 크리티컬이 다시금 악몽처럼 떠올랐고, 나는 도저히 술을 마실 상태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너 얼굴이 왜그래?" 누나는 내가 몸상태에 대해 말하기도 전에, 신내림 받은 무당마냥 날 척보더니, 일단 푹 쉬라고 얘기를 해줬다.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침대에 몸을 맡겼다. 하지만 쉽사리 잠이 오질 않았고,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동안 찍었던 ..
인도여행 73 - (네팔) 보드나트
카트만두에서 머물렀던 숙소는 꽤 고급스러웠다. 물론 객관적으로 본다면야 한국의 모텔보다 못하지만, 저렴한 인도 게스트하우스에 익숙해져 있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신천지와 다름없었다. "아니, 숙소에 도마뱀이 없단 말이야?! 와우!" "이것봐!! 수도꼭지만 돌렸는데 뜨거운 물이 나와!!" 뭐, 이런식이다. 그렇게 방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감탄의 환호성을 질러대고 있을때, 옆에서 여행 책을 열심히 탐닉하던 누나가 문득, 근처에 있는 '보드나트'를 보러 가보자고 했다. 네팔 최대의 불탑이라고 하는데, 내게는 역시 그저 "그거 뭐, 밥 말아 먹는거야?" 라는 물음이 나오는 존재에 불과했다. 어쨋거나, 이어지는 누나의 채근에, 우리는 곧바로 숙소를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했고, 40분정도 걸려서 보드나트에 도착할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