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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69 - (네팔) 타멜촉 한밤중에도 덜컹거리며 달리던 버스에서, 갑자기 시동이 꺼지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부스스하게 잠에서 깼다. 분위기상 이곳에서 잠시 쉬었다 간다는 것 같았는데, 밖에 나가서 주위를 둘러보니 조그마한 가게 하나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건물하나 보이지 않았다. 마침 배가 좀 출출해서 가게에 들어가, 옆에 사람이 먹고 있던 라면 비스무리한 것을 주문했다. 이것을 흔히 '인도 라면' 이라고 하던데,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라면처럼 맵지 않고 상당히 순한맛이 특징이다. 사실 바라나시에서 복통으로 고생하면서부터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고, 버스를 타기 전에 먹었던 초우면은 오히려 굶는게 좋았을 정도였기 때문에, 지금 먹고 있는 인도라면은 마치 천상의 하모니를 입 안에서 맛보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면발을 호호 불며 입으로..
인도여행 68 - (네팔) 분기점 드디어 네팔에 도착했다. 예전에 다른 사람에게 들었던 얘기로는 네팔로 넘어가자마자 인도에 비해 엄청나게 깨끗한 길거리를 보며 깜짝 놀랠 거라고 했는데, 사실 아직까지 그렇게 큰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해지기전에 다른 도시로 서둘러 출발해야 했기에, 우리는 근처에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싸이클 릭샤를 타고 움직였다. 정류장 주변을 둘러보니, 꽤 한산하다. 뭔가 탁 트인 느낌인데, 대체 얼마만에 느껴보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인도보다 인구밀도가 확연히 떨어지는 느낌이다. 다음 목적지는 트래킹을 하기위해 '포카라'로 정해놓고, 버스표를 예매하려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누나가 '카트만두'를 먼저 들렸다 가자고 얘기를 꺼냈다. 그에 반해 '오르차' 누나들은 카트만두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아웃해야 했..
인도여행 67 - (네팔) 국경을 넘다 소나울리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국경 옆에 있다는 출입국 사무소로 향했다. 누나들이 앞서서 걷고, 나는 그 뒤를 따라 일렬로 길을 걸었는데, 비록 좁은 도로였지만 나라와 나라가 이어지는 길이라 그런지, 수많은 덤프트럭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다녔다. 5분여를 걸어가자, 국경 통과지점 바로 옆에 아주 작은 출입국 사무소가 눈에 띄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 형편없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보지 않았다면 일반 상점들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였다. 출입국 사무소에 들어서자 앞서가던 '오르차' 누나 2명은 이미 도착해 있었는데, 나머지 누나 한명이 보이질 않았다. 분명히 길이 한 방향이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었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다급한 마음에 배낭을 사무소에 내려두고, 다시 한번 왔던 길을 되돌아..
인도여행 66 - 지프차 이동 기차에 올라타자마자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 어느새 기차는 고락뿌르에 도착해 있었다. 오랜시간 쉬고나니 통증도 사라지고, 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제 네팔로 넘어가기위해, 국경도시인 소나울리로 가야했는데, 이곳에서 지프를 얻어타고 소나울리까지 가기로 했다. 그런면에서 고락뿌르는 일종의 경유지인 셈이었다. 그런데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마크가 안 보였다. '오르차' 누나들 얘기를 들어보니 네팔에 가서 쓸 증명사진을 찍는다며 갔다는데, 시간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그냥 우리들 먼저 출발하라고 했단다. 이윽고 지프 출발시간이 다가와버렸고, 우리는 마크없이 4명이서 차에 올라탈 수 밖에 없었다. 사실 마크와 '오르차' 누나들 중에 한명은 바라나시에서부터 사귀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마..
인도여행 65 - 싸이클 릭샤 드디어 바라나시를 떠날 시간. 독한 약을 먹어서인지 하루 종일 나를 괴롭히던 몸살은 언제그랬냐는 듯 잠잠해졌지만, 폭풍설사가 그 뒤를 이었다. 감기 몸살은 그저 예고편에 불과했었던가..-_- 비록 몇번의 화장실 출입으로 인해, 몸속의 모든 것을 미련없이 내보냈지만, 나약한 마음은 접어두고 일행들과 함께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 뱃속에서 시작된 미세한 진동이 괄약근을 향해 공격해 올 때마다, 나는 정로환을 아작 아작 씹어먹으며 다시한번 전의를 불태웠고, 배낭을 어깨에 멘 채, 일행들과 기차역으로 가는 싸이클 릭샤를 잡아 세웠다. 일행이 5명이라 싸이클 릭샤 3개로 나누어 탔는데, 나와 누나가 한 차에 타고, '오르차' 누님들이 또 다른 한 차, 그리고 캐나다인 '마크'는 혼자 따로 탔다. 그렇게 3대의 싸..
인도여행 64 - 상태 메롱 오늘도 어김없이 바라나시에는 아침해가 떠올랐고, 나는 또 어김없이 가트로 일출을 보러 나갔다. 식사후엔 언제나처럼 '라시'를 꼬박꼬박 섭취해줬고, 짜이는 이젠 그저 '아밀라아제'인 것 마냥 입에 꾸준히 달고 살았다. 이렇게 먹고, 자고, 멍 때리는 생활은 차츰 잦아졌고, 앞으로도 끝없이 계속될 것만 같았지만... 바라나시를 떠나야 되는 날이 다가오자, 여행중 처음으로 몸에 문제가 발생하고야 말았다. 가트에서 일출을 보고 들어오니, 원인을 알 수 없는 몸살기운이 느껴졌고, 이내 온몸의 힘이 쭉 빠지더니, 송곳으로 이곳저곳을 쑤시는 것처럼 통증이 느껴졌다. 당장 약을 먹어야 했는데, 한국을 출발하며 내가 가져왔던 감기약은 무슨 '나이팅게일'이라도 된 마냥 쿨하게 다른 여행자들이 아플때마다 건네줘 버렸고, 그..
인도여행 63 - 뿌자 얼마전 '오르차' 누나들의 보트 제안을 거절했던 나였지만, 바라나시에 있을 때 보트 한번쯤은 타보고 싶은 생각은 여전히 존재했다. 마침 바라나시 가트에서는 저녁마다 '뿌자'라는 의식이 치뤄지는데, 이걸 보트타고 갠지스강 쪽에서 바라보는 장면이 기가 막힌다는 이야기도 주변에서 들었던터라, 누나와 나는 그날 저녁에 같이 보트를 타고 뿌자를 구경하기로 했다. 시간에 맞춰, 우리는 사전에 약속한 장소에서 인도인 뱃사공을 만났고 사공이 노를 젓기 시작하자, 배는 천천히 강을 따라 이동했다. 서서히 보트가 강 중심에 이르자, 주위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그저 물살을 가르는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이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가운에 가트쪽에 보이는 환한 불빛만이, 방안에 켜둔 은은한 조명처럼 우리를 비춰주고 있었..
인도여행 62 - 마지막 부탁 내겐 뭔가 인도로 여행을 간다면 한번쯤 생각해 볼 법한, '여행계획'이라는 게 전혀 없었다. 덕분에 여행 도중 사람들을 만나면서 수시로 다음 목적지가 바뀌곤 했는데, 바라나시에 온 이후로는 다음 목적지로 '네팔'에 가보기로 했다. 물론 딱히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뭐, 간김에 히말라야 트래킹도 하고.. 트래킹도 하고...음.. 트래킹이랑....음... 아무튼 뭐, 그냥 일단 가보는 거지. 하지만 급하게 정한 목적지에는, 역시나 정보의 부족이 뒤따랐고, 결국 약간의 정보라도 주워먹기 위해, 바라나시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모인다는 카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가트를 따라 좁은 골목길을 한참 걸어가는데, 갑자기 앞에 있는 한 여성분과 "엇!!" 소리를 동시에 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그 분은 바로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