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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61 - 최신 극장 찾아가기 바라나시에서의 하루하루는 사실 특별한 것이 없다. 해뜨기 전에 일어나 가트에 앉아서 일출을 보고, 강가를 따라 걸어다니며 길거리 구경하고, 식후엔 무조건 '라시'가게에 들려서 가볍게(사실 그닥 가볍지는 않게) 한잔 하는 식이다. 마치 이곳에 오래전부터 살아온 것처럼, 요란하지도, 일정에 쫓기지도 않게, 그저 마음 편히 지냈다. 그래서인지 바라나시에서는 찍은 사진도 얼마 없고, 난 그저 '생활' 자체에 푹 빠져있었다. 바로 그런 평이한 생활 중에, 괜시리 '영화나 한편 볼까?' 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한동안 잠잠했던 내 여행에도 소소한 활력소가 될 듯 싶었다. 게다가 때마침 바라나시에 최신식 극장이 있다는 정보도 비밀리에 입수한 터였다. (물론 남들은 이미 공공연하게 알고 있던 정보 ^^) 그리고 사실..
문제의 근원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위해 정류장 언저리에 앉아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나타난 아주머니 2분이 나를 에워싸며 말을 걸어왔다. 그분들은 흔히 말하는 '도를 아십니까'의 전형적인 컨셉을 모두 지니고 있었는데, 아무리 MP3를 귀에 꼿은 채 관심없는 척을 해보아도, 결코 내 곁을 떠날 줄 몰랐다.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이나?' 괜시리 기분이 상해서, 일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마치 그들이 투명인간인 것처럼 쳐다보지도 않았다. 차라리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던지 절대 반응하지 않으면 그들도 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을 주절주절 말하던 그 아줌마의 마지막 한마디가 귓가에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학생은 얼굴도 좋고 만사가 형통한데....... 다만 다크써클이 자네를 망치고 있어." 다크써클..
인도여행 60 - 레 미제라블 바라나시에 온지도 하루가 지났을 무렵, '오르차' 누나들이 갑자기 보트를 타자고 제안을 했다. 나는 살짝 놀라긴 했지만, 내심 한번 쯤은 타보고 싶었던지라 그러겠노라고 대답을 했다. 사실 바라나시에 온 이상 보트를 타는 건. PC방에 가서 스타를 하자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흠칫하며 놀랐던 이유는, 현지인이 노를 저어주면서 가이드 해주는 걸 타는게 아니라, 보트를 하루 통째로 빌려서 우리가 직접 노 저으며 타보자는 거였기 때문이었다. 그사이 어디서 데려왔는지, '오르차' 누나들은 마크라는 캐나다 남자도 한명 데려와놓고는 같이 보트를 탈 거라고 했다. 그 순간 직감적으로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타게 되면 총 6명인데, 그중에 3명이 여자고, 남자라..
인도여행 59 - 바라나시 가트를 따라 걸어온지 30분쯤 지나자, '오르차' 누나가 말하던 '비쉬누 게스트하우스' 에 도착했고, 우리는 마치 마라톤 피니쉬 지점에라도 도착한 것 마냥 기분좋게 짐을 풀었다. 사실 방을 잡고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우리가 제대로 찾았다고 좋아했던 그 숙소 이름은 '비쉬누 레스트하우스' 였다. '게스트'와 '레스트'. 바라나시에는 비슷한 이름의 숙소가 많다. 이건 무슨 숙소이름 가지고 야바위라도 한판 하자는건가. 뭐, 그렇다고 누굴 탓할 수 있으랴. 아마추어처럼 걸려든 우리 잘못이지. 어쨋거나, 결과적으로 우린 비쉬누 레스트하우스에서 묵게 되었고, 나는 같이온 '용'과 함께 방을 쓰기로 하고 체크인을 했다. 그때 내 옆에는 웬 수염 덥수룩한 한국 남자 한명도 체크인을 하고 있길래 반갑게 인사를 건냈..
인도여행 58 - 바라나시의 아침 사트나 기차역에 바라나시행 열차가 들어오고, 나는 드디어 잠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은 채 기차에 올라탔다. 인도 기차는 좀 특이한게, 아무리 좌석을 미리 예매했다고 해도, 당일날 자리가 예고없이 바뀔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열차 입구에 수정된 내역을 A4용지로 붙여놓는데, 올라타면서 반드시 이것을 확인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날은 피곤해서인지, 그냥 곧바로 기차표에 적힌 좌석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고, 나보고 좌석이 바뀌었으니 확인을 해보란다. 입구로 가서 실제로 확인을 해보니 좌석이 바뀐게 맞았다. 그리하야 다시 터덜터덜 바뀐 자리로 걸어가보니, 그곳에도 다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이곳이 자기네들 자리가 맞단다. 아, 이것은... 마치... 의자 뺏기 ..
인도여행 57 - 사트나 카주라호에서 다음 목적지인 바라나시에 가기 위해서는, '사트나' 라는 곳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기차표는 미리 예매를 해뒀는데, '니키'와 '민수'가 250루피에 구해줄 수 있다던 기차 티켓은 내가 직접 티케팅 창구로 찾아가서 사보니, 171루피에 구입할 수 있었다. 시간은 흘러서, 어느덧 이곳을 떠날 날짜가 되었고, 숙소에 풀어놓았던 짐은 얼마 되지도 않아 배낭에 다시 차곡차곡 넣어졌다. 하기야 풀어놓은 짐이라고 해봐야, 세면도구, 빨래하고 널어놓은 티셔츠 하나, 슬리퍼 하나가 전부지만 말이다. 숙소옆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 미리 도착해서, 버스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마침 '오르차' 누나들이 이곳에서 알게 된 한국인 남자한명(우리는 이 친구를 '용'이라고 불렀다.)과 같이..
인도여행 56 - 야크 치즈 시식기 카주라호에 온지 3일 정도가 지나자, 이젠 딱히 할 것도 없었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 외곽길을 따라 한바퀴 돌고 와도 겨우 30분밖에 걸리지 않는 동네라, 이미 볼 거란 볼 것은 거의 다 구경한 상태였다. 결국 이제 남은 것은 그저 맛집 하나 발굴해서, 신나게 먹어보는 재미뿐이었는데, 특히 우리는 숙소 옆에 있는 빵집을 자주 이용했다. 빵집 주인은 네팔 사람이었는데, 말솜씨나 인상이 참 푸근해서 이곳에서 케잌을 살때면 항상 기분이 좋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곳을 꽤 좋아했는지, 그곳에서 인기있는 케잌이나 과자를 사려면, 오전중으로 들려야만 원하는 걸 골라 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언젠가 그곳을 방문했을때, 우리가 그렇게 탐내던 쵸코케잌과 아몬드 쿠키가 이미 팔렸다는 사실을 통보받았고, 애석한 마음에 ..
인도여행 55 - 서부 사원군과 시골 학교 카주라호 동쪽에 있는 사원들은 여기저기 띄엄띄엄 흩어져 있는데 반해, 서쪽 사원군은 한 지역안에 모두 모여있다. 게다가 무료였던 동쪽과는 달리 입장료도 내야 했다 그래서인가. 여기저기서 손실된 부분에 대한 복구작업이 진행중인게 보였고, 전체적으로 이곳의 관리가 더 잘 이루어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는 동부 사원군보다 더 큰 규모의 사원이 있였는데, 전체적인 외향이 비슷해서 별다른 감흥을 얻지는 못했다. 사원이 크고 많으면 뭐하나. 계속 봤던거 또 보는 느낌인것을. 그렇게 별 생각없이 눈길을 돌리던 도중. ...그 유명하다던 조각상들이 조금씩 눈에 띄기 시작했다. 동부 사원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꽤 직설적인(?) 조각상들이었다. 신기한 점은 쳐다보기 어색한 조각상이 수없이 나열되어 있었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