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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여행 84 - (네팔) 추위와의 싸움 저녁이 되자, 숙소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1층에 있는 난로로 모여들었는데, 내가 보기엔 굳이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고 싶어서 왔다기 보다는, 아마 2층방에 혼자있으면, 다음날 영락없이 냉동된 시체로 발견 될 것 같았기 때문일게다. 나 역시도 추위때문에 커다란 난로 한켠에 발을 뻗고 앉아, 일행들과 한국에서 있었던 시시콜콜한 일들에 대해 얘기를 했다. (물론 중간중간에 불이 약해지지않게, 장작을 쉴틈없이 난로에 집어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같이 불을 쬐고 있던 멕시코 여자분의 사연을 들을 수 있었는데, 놀랍게도 알바로 돈을 벌어서 세계여행을 다닌다고 한다. 그러다 돈이 떨어지면 다시 알바하고, 좀 모이면 다시 여행을 하고.. 이건 무슨 '알바 -> 여행 -> 알바 -> 여행 -> 알바..
인도여행 83 - (네팔) 고라빠니 다음날 아침.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잠이 깼다. 개인적으로 실내에서 듣는 빗소리를 꽤 좋아하는데, 다음 목적지인 '고라빠니' 로 해지기 전까지는 도착해야 했기 때문에, 이 상황을 맘 편히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비가 그치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도록 미리 짐을 챙겨두고, 아침식사 먼저 숙소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운좋게 비가 그쳤고, 하늘은 더 없이 청명한 모습이다. 게다가 숙소 밖으로 나오니, 산등성이 사이로 눈 덮힌 산이 보였는데, 그제서야 내가 동네 뒷산을 오르고 있지 않다는 게 실감이 났다. ..그러고보면, 사람의 시야는 '마음'에 따라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어제 숙소에 들어설때는 이런 설산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휴식을 취하고 주변..
인도여행 82 - (네팔) 숙소를 찾아서 "대체 얼마나 더 가야해?" 분명히 지도에 나와있는 걸 보면, 우리는 지금 '울레리' 라고 하는 곳을 지났을테고, 이쯤되면 예의상 '숙소' 라는게 보일 때도 됐는데 말이다. 차츰 일몰시간이 다가오자, '나시' 하나 달랑 입고 있던 몸에도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심각한 건, 대체 일행 한명은 얼마나 뒤처진건지, 전혀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이건 무슨 산속에서 영혼이 되어 증발이라도 한 건지. 한참을 기다려봐도 소식이 없는 녀석에게, '무소식이 희소식' 이라는 공식을 적용하기엔 시간이 너무 지체됐었다. 결국 몇 번을 고민하던 나는, 짐을 내던지고, 녀석을 찾아 아래로 다시 내려갔다. 실종자 수색하듯 이리 저리 시선을 옮기며, 한 10분정도 산 아래로 내려가자, 다행히 돌계단위에 앉아 여유롭게 휴..
인도여행 81 - (네팔) 첫 발걸음 식빵 부스러기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눈 앞에 이어진 길을 따라 한없이 걸었다. 주위에는 홍콩 남자, 한국 단체 관광객들, 스페인 여행자들.. 등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도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길을 걷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지 '가이드'나 '포터'들을 데리고 있었는데, 우리에겐 작은 지도 한장이 '가이드'였고, 든든한 양쪽 어깨가 '포터'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한동안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가, 어느순간부터 가파른 언덕으로 바뀌었는데, 일행들도 조금씩 힘든 기색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아직까지 개인적으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아마 군대에 있을때, 한라산을 1주일에 한번씩 오르락 내리락했던 경험때문인 것 같다. (개똥도 쓸 때가 있다더니.) 하지만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올..
인도여행 80 - (네팔) 트래킹은 시작되었다 푼힐 트래킹을 떠나는 날 아침. 나와 누나는 며칠전 만난 '한국인 남자 2명'과 함께 배낭을 메고 숙소 마당에 모였다. 이 '한국인 남자 2명'은, 포카라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밥을 먹다가 알게 된 사이인데, 둘 다 나와 나이가 같고, 트래킹도 갈 예정이라고 해서, 이왕 가는 김에 우리와 같이 트래킹을 떠나기로 했다. 우리가 가게 될 코스는, '나야풀 -> 울레리 -> 고라빠니 -> 푼힐 -> 따또빠니 -> 베니 -> 포카라' 로 이어지는 루트로, 일단 포카라에서 나야풀까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한 후, 나야풀에서부터 신명나게 '걷고 또 걷기' 를 반복하면 되는 코스라 볼 수 있다. 버스를 타고 나야풀에 도착하자, 이곳이 트래킹의 시작이라는 느낌 때문인지, 뭔가 '자, 이제 여기가 스타트 라..
인도여행 79 - (네팔) 트래킹 준비하기 트래킹을 하려고 허가증까지 받아놨지만, 막상 필요한 장비들은 하나도 준비된 게 없었다. 물론 코스 자체가 힘들지 않은 루트라, 그깟 장비들이 필요가 있겠냐만은, 그래도 명색이 해발 3200m라는데, 뭔가 우리도 그에 맞는 예의를 갖춰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뭐, 예를 들면 등산화나 모자, 스틱, 물 정화약.. 등등 말이다. 하지만 딱 한번뿐인 트래킹에 쓰기위해, 비싼 장비들을 구입하는게, 그다지 효율적일 것 같진 않아서, 우리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아보기로 했다. 우리의 1차 타겟으로 선정된 곳은 포카라의 어느 한국식당. 일단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고 음식을 주문했다. 표면적으로 우리는 삼겹살을 먹기 위해 이곳을 들렸지만, 이미 주변 사람을 통해 식당 사장님이 여행자들에게 트래킹 장비를 그..
인도여행 78 - (네팔) 포카라 페와호수 포카라에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서, 이미 트래킹을 마쳤던 '오르차' 누나들과 'Mr.유'를 통해서, 트래킹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먼저 포카라에서 '트래킹'은 여러가지 코스가 있는데, 특히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다녀오는 루트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해발 4130m)가 있는 곳을 찍고 오는 'ABC코스'와 '푼힐전망대(해발 3193m)'를 거쳐 오는 코스가 있다는 얘기. 그리고 트래킹을 가기전에는 반드시 허가증을 발급 받아야 되는데, 가격이 무려 2000루피라는 사실. 산 중에 위치한 숙소는 방값이 싼 대신, 음식값을 매우 비싸게 받기 때문에 웬만한 음식은 배낭에 싸들고 가는게 좋다는 얘기. 그 외에도, 밤에는 심심하니까 고스톱을 챙겨가면 좋을 거라던가, 고지대에서 대변볼 때는 힘을..
인도여행 77 - (네팔) 복통의 정체 나와 누나는 일단 숙소를 잡고, 오랜만에 거금을 들여, 근처 한국 식당에서 푸짐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인도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제육볶음, 삼겹살 등을 야무지게 먹어보리라 단단히 벼르고 있었는데, 역시나 먹기만 하면 구토 증세가 느껴져서 음식의 절반이상을 남겨버리고 말았다. 기름진 고기를 눈앞에 두고도 차마 먹을 수 없는 이 가슴아픈 상황은, 점점 나를 비현실적 공황상태로 내몰았고, 이 알 수 없는 복통을 하루빨리 치료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다만 문제는 내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현지 병원을 이용하면 비용이 상당히 비싸다는 점이다. 심지어 음식점에서 만난 한국인에게 들은바에 의하면, 최근에 병원에서 아주 잠깐 입원 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비만 수백달러가 나왔다고 한다. 이말을 듣으면서, 2..